[사설]북, '이라크와 다르다'에 성의 보여야

  • 입력 2003년 3월 30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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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의 방미를 계기로 한국과 미국이 ‘북한은 이라크와 다르다’는 합의에 도달했다니 다행이다. 현재의 한반도 위기는 북한의 핵개발 추진에서 비롯됐지만 미국의 이라크 공격으로 더욱 불안이 고조돼 왔다. ‘다음은 북한 차례’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외무장관을 비롯해 한미 고위 당국자들이 북한 핵문제를 이라크와는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기로 합의한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했다. 전쟁의 불똥이 한반도로 튈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불식시키는 심리적 효과 또한 클 것이다.

윤 장관이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유도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고 이를 파월 장관이 흥미로운 접근법이라고 평가한 것도 의미 있는 진전이다. 정부의 방안이 무엇인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핵개발을 추진하는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보상이 아니라면 대화 노력을 반대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윤 장관의 방미는 미군의 여중생 치사사건 이후 악화된 한미 동맹관계를 복원할 전기가 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정부는 파월 장관 등이 한결같이 우리측의 이라크 파병 결정에 대한 사의표명을 잊지 않았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파병 여부가 한미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될 것이 분명한 이상 정부의 갈 길은 명확하다.

한미의 외교적 해결 노력이 성공하려면 북한의 호응이 필요하다. 북한이 평화적 해결을 원한다면 지금이야말로 성의를 보여야 할 때다. 북한은 한미의 우호적 기류를 거스르지 말기 바란다. 한미가 한목소리로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는데도 ‘미국의 대북 군사적 선제공격이 임박했다’며 주민을 선동하는 것은 진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미국도 북한의 현재 핵상황 동결을 대화의 출발점으로삼자는 우리측 견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등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핵무장 의사가 정말로 없다면 북한은 한미의 선의를 받아들여 대화에 나서기를 결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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