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이창동장관 '新보도지침 파문' 확산

  • 입력 2003년 3월 17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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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李滄東) 문화관광부 장관이 14일 ‘문화부 홍보 업무 운영 방안’을 통해 밝힌 일련의 언론 관련 조치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신보도지침’이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언론사 간부들의 모임인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편협)가 17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새 정부의 언론정책을 비판하고 나선 것도 문제가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노 대통령은 “국민의 알 권리를 존중하는 게 기본이고 취재원 보호원칙은 언론사의 재량권이며 이의 한계는 언론사가 정하는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으나 문화부측은 “홍보 업무 운영 방안을 수정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쟁점=문화부의 ‘홍보 업무 운영 방안’ 중 가장 논란이 되는 대목은 △사무실 방문 취재 제한 및 공무원 접촉시 사전 약속제 △공무원의 언론 접촉시 사후 보고 등이다.

기자들의 사무실 접근을 제한하게 되면 언론의 감시기능이 제약받게 될 것이 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례브리핑제 도입도 실질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은 채 겉핥기식 브리핑에 그친다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게 된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보제공의 공평원칙을 내세워 특정 기자가 특종에 해당하는 사항에 대해 문의해 오더라도 확인해주지 못하도록 한 것은 취재 자유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있다.

▽언론단체·시민단체·학계의 비판=편협은 이날 성명에서 “문화부의 조치는 국정 운영의 완전무결을 전제한 오만한 발상으로, 참여정부가 지향하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에 의한 국정운영 방침과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도 “다양한 정보를 원천으로 국가의 공공정책을 분석, 평가하여 다양한 대안(입장)을 표명하는 언론매체의 존재는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능력에 큰 영향을 끼친다”며 “국회 차원에서 이 장관에 대한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림대 유재천(劉載天·신문방송학) 교수는 “관급 기사만 쓰다보면 언론이 어떤 현상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고, 한국외국어대 김우룡(金寓龍·신문방송학) 교수는 “정부가 전면적인 브리핑제를 도입해서 이전 수준만큼 국민의 알 권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자들의 취재활동에 준하는 공보 인력 및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고 말했다.

▽정치권 입장=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 대표권한대행은 “이제 기자는 필요없고 속기사만 필요하겠다”며 꼬집었고, 하순봉(河舜鳳) 최고위원 겸 언론대책특위 위원장은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이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취한 첫번째 조치가 일선 기자실을 폐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문석호(文錫鎬)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근거도 없이 언론통제적 발상 운운하며 정부 여당을 공격하고 나선 것은 너무 앞서간다는 느낌”이라고 논평했으나 당 내 의원들은 “청와대와 정부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는 것 아니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노 대통령 반응 및 전망=노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 회의에서 공무원이 기자를 만나면 보고토록 한 데 대해 “그게 (현실적으로) 되겠느냐. (공무원이) 스스로 판단해서 할 일이며 지침 같은 것을 내려서 할 일이 아니다”며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취재원 보호 원칙은 언론사의 자유재량의 문제로, 그 한계는 언론사가 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해성 대통령홍보수석도 “정신은 청와대에 맞추되, 정부 부처마다 근무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모델을 찾아보자는 것이다”며 “21일 정부 부처 공보관 회의에서 언론계 의견도 수렴해서 좋은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과 이 홍보수석의 발언은 참여정부 내에서도 언론정책에 대한 이견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이날 노 대통령의 지적에 따라 문화부의 홍보업무 운영방안 중 ‘공무원의 언론 접촉 후 보고’ 항목은 수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이창동 문화관광부장관의 기자실제도 변경 쟁점
항 목 이창동 장관 발언쟁 점
브리핑제 도입기존 기자실을 폐지하고 브리핑룸으로 전환한다. 매주 수요일 정기 브리핑과 수시 브리핑을 병행하겠다. 정부가 ‘알리고 싶은 것’만 알리고 ‘불리한 것’은 알리지 않는 브리핑이 될 우려가 있으며 브리핑이 부실할 경우 수박 겉핥기식 보도를 양산하게 된다.언론사가 정부의 홍보기관으로 전락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제약할 수 있다.
사무실 방문취재 제한업무공간의 보호를 위해 사무실 방문 취재를 제한한다. 개별 취재는 미리 공보관의 협조를 받아 취재지원실에서 진행한다.사무실 접근 불허로 정부에 대한 비판 견제기능의 약화된다. 대변인의 공식 브리핑만 받아적는 ‘발표 저널리즘’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취재통보제와 실명제 전화나 e메일 취재는 보장한다. 공무원은 단순한 사실확인 이외의 취재 내용은 공보관에게 통보해야 하며 기자는 익명보도를 지양해 달라. 다만 공익고발(내부고발)은 예외다.공무원에게 기자의 취재 내용을 보고토록 하는 것은 사실상 기자와 만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며 취재원 보호라는 언론의 기본 사명을 지키지 못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정보 제공의 공평 원칙기자가 미리 알아낸 중요한 정보를 확인해 주는 것도 안 된다. 기자의 자유로운 취재 경쟁을 제한하는 것으로 정보의 하향 평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오보에 대한 대응오보에 대해서는 적극 해명하고 정정 및 반론보도를 청구하겠다. 언론사와 원만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언론 중재위에 중재신청도 하고 소송제기 등 후속 절차를 밟겠다. 언론중재와 소송의 남발로 언론자유에 대한 제약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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