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윤덕홍 부총리의 불안한 입

  • 입력 2003년 3월 9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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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윤덕홍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더 이상 민감한 교육 현안에 대해 설익은 의견을 내놓지 말기 바란다. 그가 취임 이후 즉흥적으로 쏟아낸 정책들이 대부분 교육제도의 중대한 변경을 전제로 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에 대한 국민의 강한 불만이 교육제도의 잦은 변동에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의 발언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윤 교육부총리는 취임 첫날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자격고사로 전환하겠다는 말을 시작으로 서울대 공익법인화, 대학 기여입학제 반대 등 현안에 대해 자신의 정책방향을 거침없이 내놓았다. 취임 이튿날에는 교육부와 전교조가 도입 여부를 놓고 대립하고 있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중단하겠다고 말했다가 번복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500억원이 넘는 국가예산을 투입해 이미 시행에 들어간 전산시스템을 중단하려면 사전검토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그는 경솔했다.

수능시험의 자격고사화 문제 역시 말은 쉬워도 대학입시제도의 ‘지각변동’을 의미하기 때문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수능시험을 자격고사화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 고교 내신성적을 입시의 주요 판별기준으로 삼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고교의 내신성적 부풀리기가 확산되어 내신이 변별력을 크게 상실한 마당에 그런 구상은 입시에 대혼란을 초래할 뿐이다.

교육부총리로서 취임 초 정책 방향이나 교육이념을 밝히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구체적 방향을 결정하고 지침을 내리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적절치 못하다. NEIS 문제만 해도 이로 인해 윤 교육부총리가 특정 교육단체를 지지한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지 않은가.

윤 교육부총리의 가벼운 ‘입’에서 나온 말들은 학부모 입장에서 교육정책을 펴겠다고 한 약속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이번 새 교육부총리 인선이 난항을 거듭한 것은 그만큼 교육정책이 신중하고 사려깊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 배경을 윤 교육부총리는 누구보다 잘 헤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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