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폭기 24대 괌 배치는 한반도까지 출격 가능 의미

  • 입력 2003년 3월 7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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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에 따른 단순 재배치인가, 대북(對北) 공격 준비용인가.

전폭기 24대의 괌 배치 등 최근의 한반도 주변 미군전력 증강을 둘러싼 긴장과 논란이 고조되고 있다.

미 행정부의 공식 설명은 “이라크에 집중하는 동안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억지력 보강 조치”라는 것. 하지만 미 행정부 내에서는 이 전폭기들이 공격용이라는 발언들도 거의 동시에 나오고 있다.

최근 실행됐거나 검토되고 있는 한반도 주변 미군전력 변화는 △미 본토에 있던 B-52 등 장거리 폭격기 24대의 괌 이동 △항모 칼빈슨호의 한반도 해역 이동 △전출 대기 중인 주한 미군 2900명에 대한 6개월 근무연장 조치 △공군요원 2000명 증강 요청 등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공군요원 증강은 폭격기 이동에 따른 지원요원의 이동이며, 주한미군 근무 연장도 이라크 전쟁에 따라 전 세계적 순환배치가 잠정적으로 중단된 데 따른 것.

칼빈슨호의 이동도 일본 해역에서 작전 중이던 키티호크호가 중동으로 이동함에 따라 공백을 메우기 위한 조치다. 따라서 실제로는 북핵 위기에 따른 전력 증강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게 국방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전폭기 24대의 괌 배치는 유사시 한번에 한반도까지 출격할 수 있는 위치로의 이동이라는 점에서 명백히 북한을 의식한 전력 증강 조치로 해석된다.

즉,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최근 “군사력 사용도 마지막 수단으로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고 강조함에 따라 국방부가 대통령에게 모든 선택 대안을 주기 위해 명령을 내린 것이라는 풀이다.

이와 관련, 뉴욕 타임스 등은 “미국이 북한 핵시설 폭격을 구체적으로 계획했던 1994년에도 지금과 비슷한 방식의 전력 증강이 추진됐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북핵 긴장이 높아가던 1994년 초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아파치 헬기 대대의 한국 배치 검토, 팀스피리트 훈련 재개 등의 소식이 미국발로 전해졌다.

당시 한미 양국은 1989년에 마련된 한미 연합방위전력 증강계획에 따른 조치라며 북핵 위기와의 연관성을 부인했으나 긴장은 고조됐다.

그리고 3월 ‘불바다’ 발언 등 북한의 위협이 계속되자 백악관은 6월 중순 북핵시설 폭격에 대비한 전력 증강 계획을 극비리에 세웠다.

이 계획은 1단계 주한미군 2000명 증파→2단계 폭격기 한반도 인근 배치, 한국 내 미국민 철수 준비→3단계 미군 수만명 증파 등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계획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으로 중재안이 마련되면서 논의가 중단됐다.

현재와 비교해보면 1994년 6월의 전폭기 배치는 북폭이라는 분명한 목적을 갖고 계획된 데 비해, 이번의 배치 명령은 북폭의 사전단계인 다른 조치들이 병행되지 않고 먼저 실행에 옮겨졌다는 점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이런 점에서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번 전폭기 배치 명령을 ‘대북 경고용+도발 억지용+유사시 공격용’등의 다목적 포석에서 나온 ‘고무찰흙’에 비유하고 있다.

즉 주무르는 사람이 마음먹기에 따라 창으로 만들 수도, 방패로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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