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비서실장 의원직 논란…말로는 '사퇴' 실제론 '겸직'

  • 입력 2003년 3월 2일 1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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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文喜相·사진) 대통령비서실장이 ‘법률적’으로 의원직을 겸직하고 있는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민주당을 방문해 정대철(鄭大哲) 대표와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에게 탈당계와 함께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하면서 “민주당적으로 의원에 당선됐고 민주당 소속으로 활동한 만큼 사퇴서 처리시기는 보궐선거 일정을 감안해 당에서 판단해 달라”고 했다.

선거법상 잔여 임기가 1년 이상 남아있을 경우에는 보궐선거를 치르도록 돼 있다. 따라서 선거 공고 기간 등을 감안할 때 문 실장의 의원직 사퇴서가 3월 말 이전 처리되면 4월24일 그의 지역구인 경기 의정부시는 보궐선거를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의원직 사퇴서가 4월 이후 처리되면 보궐선거를 치르지 않아도 된다.

그의 의원직 사퇴서는 현재 민주당 총무실이 보관 중이다. 그러나 의원직 사퇴서는 원래 당이 아니라 국회의장에게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회기 중에는 본회의의 의결을 통해, 국회가 열리지 않고 있을 때는 국회의장 직권으로 수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문 실장과 민주당이 의원직 사퇴서를 국회의장에 제출하지 않은 것 자체가 보선을 치르지 않으려는 의도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공무원법 65조와 대통령령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장은 당적 보유는 금지돼 있지만 의원직을 겸할 수 없다는 규정은 없다. 그러나 대통령과 행정부에 대한 견제가 국회 본연의 임무라는 상식에 비춰 볼 때 대통령 비서실장이 의원직을 갖고 있는 것은 옳지 못하다. 김대중(金大中) 정부에서 한광옥(韓光玉)씨도 대통령 비서실장에 기용되면서 의원직을 사퇴했다.

문 실장이 본회의 투표 등 의원으로서 의무는 어떻게 행사해야 하는 것인지를 놓고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문 실장측은 “문 실장은 여러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는 뜻에는 변함이 없다. 지난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 때도 투표에 참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 실장측은 의원회관 사무실을 폐쇄하고, 보좌관과 비서관 등 6명은 모두 면직처분했다. 이들 중 일부는 현재 청와대 비서실에서 임시근무 중이다. 문 실장은 국회의원으로서 받는 세비는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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