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재 前행정관, 신원조회 안받고 인수委 어떻게 들어갔나

  • 입력 2003년 2월 27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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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행정관 이범재씨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중지 및 지명수배된 사실을 언제 알았을까. 또 인수위 초기에 왜 신원조회를 하지 않고 출범 20일이 다 된 시점에서야 신원조회를 했을까.

또 국가정보원과 검찰 경찰은 언제, 어떻게 이씨의 수배 사실을 확인했는지와 이씨에 대한 수사경위도 드러나지 않고 있어 총체적인 ‘보안 불감증’을 드러내고 있다.

인수위는 올해 1월 3일 출범할 때까지 가장 기본적인 신원조회조차 하지 않았다. 정부 조직은 신규 임용을 할 경우 경찰 정보계통을 통해 기소중지 및 수배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신원조회를 하고 있다. 인수위가 출범 이전에 이런 절차만 거쳤더라도 이씨가 공안기관의 추적을 받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모 행정부처의 한 간부는 “대통령의 통치 기반을 닦는 인수위 역할의 중요성에 비춰 간단한 신원조회조차 하지 않고 사람을 뽑은 점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씨가 수사기관에 노출된 시점은 2월 12일경. 인수위는 1월 22일 인수위법이 통과된 뒤 인수위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 대한 신원조회를 의뢰했고, “이 과정에서 이씨의 범법 사실이 드러났다”고 인수위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씨는 27일 인터넷매체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인수위 관계자로부터 기소중지되었다는 사실을 처음 들었다”며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적이 있느냐고 물어 ‘있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때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바로 국정원에 연락을 했고 자진출두해 조사를 받았다”며 “사표는 13일 오전에 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13일) 수사를 마칠 때 ‘언제쯤 정리되냐’고 (국정원측에) 물었더니 다음주 정도에 처리될 것이라고 답했다”며 “그러나 (2주일 지난) 이번주 초에도 확인을 했는데 (검찰에) 송치가 안 돼 내 예측과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본보 취재진은 공식 경로를 통해 국정원측에 이씨가 자진출두한 시기 및 배경에 대해 질문했으나 국정원측은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씨는 불구속 입건된 상태에서 국정원의 조사를 받았으며 검찰은 27일 국정원이 이씨에 대해 신청한 사전 구속영장을 검토한 뒤 법원에 이를 청구했다.

검찰은 영장을 청구하기 위해 국정원의 이씨 사건 관련 기록을 검토했으면서도 국정원과 마찬가지로 이씨가 자진출두한 시기 및 배경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국정원과 검찰이 이씨 조사과정에 대해 떳떳이 밝히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94년 당시 국가안전기획부는 북한 조선노동당의 남한 내 지하당 조직인 ‘구국전위’의 선전이론책으로 활동한 혐의로 이씨를 기소중지했다. 당시 안기부는 “구국전위의 총책인 안재구씨(76)가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으로 복역하다 출소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93년 구국전위를 결성했다”고 밝혔다.

남민전은 79년 적발된 친북 지하조직으로 안씨는 당시 김일성(金日成)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편지를 보내려고 기도하는 등의 혐의가 드러나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88년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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