官學합동 경제팀 기대 반 우려 반…팀워크 발휘 과제

  • 입력 2003년 2월 27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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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정부의 첫 경제팀은 정통 경제관료와 개혁성향이 강한 학자그룹이 행정부와 청와대에 함께 포진한 ‘관학(官學)합동’ 팀이다.

앞으로 장기적인 경제정책 수립은 물론 당면한 현안처리가 원활하게 이뤄질 것인가는 이들의 팀워크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수들이 주로 포진한 청와대 정책실은 장기적인 정책방향을 맡고, 경제관료 중심의 재정경제부는 실무 정책집행을 총괄하는 ‘투톱 시스템’이다.

‘개혁성’ 교수 출신과 ‘안정성’ 관료 출신이 서로의 장기(長技)인 ‘이론’과 ‘실무’를 잘 접합시킨다면 ‘드림팀’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이들의 ‘관학합동’에 우려를 갖고 있는 시각도 많다. 교수 출신이 청와대나 경제부처에 들어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조순(趙淳) 전 경제부총리, 박재윤(朴在潤)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산업자원부 장관, 김영호(金泳鎬) 전 산업자원부 장관 등도 관계에서의 업적이 교수로서의 명성에 미치지 못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정우(李廷雨) 대통령정책실장과 같은 ‘학현(學峴·변형윤 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의 아호)사단’인 김태동(金泰東) 전 경제수석비서관도 3개월 만에 당시 강봉균(康奉均) 정책수석비서관과 자리를 맞바꾸기도 했다.

학자는 관료를 ‘개혁의 적’으로, 관료는 학자를 ‘선무당’으로 적대시하는 바람에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번엔 과거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학자들이 단기필마로 들어와 ‘관료의 덫’에 걸려 미처 자신들의 생각을 펴지도 못한 채 고사 당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

이들 교수 출신들은 이미 그룹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점령’해 맹위를 떨쳤다. 개인이 아니라 팀워크를 이뤄 일하면서 정치권 관료 언론 등을 상대로 이미 ‘스파링’을 거쳤다. 오히려 최근 움직임은 개혁의 기치로 학자그룹이 관료사회를 압도하는 분위기다.

한편 관료이면서 ‘개혁 성향’이 강하고 논리가 치밀한 권오규(權五奎) 정책수석, 서강대 교수와 재정경제원 장관 자문관 등을 거치며 학자인 동시에 관료의 생리도 잘 아는 조윤제(趙潤濟) 경제보좌관내정자에게 ‘균형추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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