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국가단체 연루 수배자 黨-인수위서 버젓이 활동

  • 입력 2003년 2월 27일 06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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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문화여성분과 행정관으로 일했던 이범재씨(41)가 26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거된 것은 정부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기소중지 중인 인물이 9년 이상이나 국가의 주요 기밀을 접할 수 있는 인수위에서 버젓이 활동했다는 것은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인수위는 1월 초 인수위의 전 직원에 대해 “인수위에서 취득한 국가 비밀을 외부에 유출시키지 않는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받았다. 그러나 문제가 있는 인물이 원천적으로 인수위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데는 실패한 셈이다.

대통령직인수법은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1항에 해당하는 자는 위원회의 위원장·부위원장·위원 및 직원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공무원법의 해당 조항은 기소중지자를 임용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없는 맹점을 안고 있다.

정부측도 인수위원과 전문위원, 행정관 등을 인선할 때 결격사유가 없는지를 검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씨가 인수위 행정관으로 활동할 수 있었다는 것은 아예 검증을 하지 않았거나, 했다 하더라도 건성으로 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소중지란 범죄 혐의를 받고 있으나 도주 등으로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피의자에 대해 검찰이 당분간 수사를 진행시키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통 지명수배와 함께 내리는 조치다. 검찰 관계자는 “간단한 신원조회만 해도 기소중지자는 쉽게 파악할 수 있었을 텐데”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씨는 민주당 선대위에서 일하다 인수위로 들어갔다. 따라서 별다른 여과장치 없이 사람을 쓰는 당의 관행이 이씨가 인수위로 들어갈 수 있는 ‘보증서’가 됐다는 허점도 드러났다.

이씨가 인수위 활동을 마치자마자 수사 당국에 검거된 것도 의혹을 사는 대목이다. 인수위 행정관이라는 신분 때문에 수사 당국이 사전에 이씨의 범죄 사실을 파악하고도 본격적인 수사 시기를 늦췄을 가능성이 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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