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시대]“야당과 대화 - 타협의 정치할 것”

  • 입력 2003년 2월 25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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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5일 취임사에서 각 분야에 걸친 ‘참여 정부’의 국정청사진을 소상하게 밝혔다. 그러나 이날 취임사의 키워드는 ‘개혁’과 ‘통합’이었다. 노 대통령은 “개혁은 성장의 동력이고, 통합은 도약의 디딤돌이다”고 강조함으로써 개혁과 통합이 ‘두 수레바퀴’임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또 각 분야의 국정 목표 달성을 위해 △원칙과 신뢰 △공정과 투명 △대화와 타협 △분권과 자율을 새 정부 국정운영의 좌표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對北문제…北核 반드시 대화로 해결▼

노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는 핵 개발 계획을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할 것인지, 체제안전과 경제지원을 약속 받을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이 문제의 해법은 반드시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어떤 형태로든 군사적 긴장이 고조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신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이라는 브리핑 자료를 통해 “한민족의 공멸을 초래할 수 있는 어떤 형태의 전쟁도 반대한다. (대북) 무력 사용은 최후 방어수단으로만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9·11테러’ 이후 핵 미사일 같은 대량살상무기(WMD)의 개발과 확산을 막기 위해 군사적 조치도 불사하겠다는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를 향해 한반도 핵 위기의 지정학적 특수성을 상기시키며 신정부의 대북정책 ‘마지노선’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날 “한미동맹은 우리의 안전보장과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고, 우리 국민은 이에 대해 깊이 감사하고 있다”며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미국쪽에 화해 메시지를 보냈다.

이 같은 노 대통령의 입장에 북한과 미국이 적극 호응해올 경우 북핵 문제 해결은 급물살을 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잠재적 불안 요인이 증폭되는 ‘악순환’이 빚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경제분야…시장-제도 투명하게 개혁▼

노 대통령은 “시장과 제도를 세계 기준에 맞게 공정하고 투명하게 개혁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 투자하고 싶은 나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동북아를 ‘번영의 공동체’를 거쳐 ‘평화의 공동체’로 발전시켜야 한다”며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을 강조했다.

동북아 경제 규모가 세계 경제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고 한 중 일 3국에 유럽연합의 4배가 넘는 인구가 살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 일본,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곳에 위치한 한국이 동북아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날 취임사에서는 재벌개혁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으나 이미 새 정부는 강도 높은 재벌개혁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정리해 놓고 있다. 실제 대통령직인수위는 재벌정책의 뼈대로 △재벌의 금융지배 폐해 차단 △대기업집단의 왜곡된 소유 및 지배구조 개선 △경쟁적 시장 환경 조성 △소비자 권익의 실질적 확보 등 제도적인 조치를 마련해 놓았다.

재계는 금융회사 계열분리 청구제도 도입과 출자총액제한제도 유지, 재벌의 소유 지배구조 공개 및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도 조기 시행 등 강력한 개혁 조치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처럼 재벌들의 반칙에 대해서는 매섭게 채찍질을 하면서도 기업의 발목을 잡는 각종 행정규제는 과감하게 철폐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정치분야…야당과 대화-타협 최우선▼

노 대통령은 “정치부터 바뀌어야 한다”면서 “진정으로 국민이 주인인 정치가 구현돼야 하고 당리당략보다 국리민복을 우선하는 정치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부정부패를 없애기 위해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대안을 모색하겠다”며 사회 지도층의 뼈를 깎는 성찰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의 이런 정치 개혁론은 정치가 경제와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평소 지론과 맥락을 같이한다. 노 대통령은 “대결과 갈등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푸는 정치문화가 자리잡았으면 한다”며 “저부터 야당과 대화하고 타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개혁의 5대 목표로 △국민참여 정치 △국민통합 정치 △투명한 청정정치 △수평적 협력정치 △디지털 정치 등을 제시했다. 또 대통령과 국회의장, 여야 정당 지도자가 협의하는 ‘전국 정상회의’를 정례화하고 인터넷 정치헌금의 제도화, 선거공영제 확대, 정당 명부식 비례대표제 확대 등을 구체적인 정책으로 내놓았다.

▼사회분야…稅制-교육 개선 격차해소▼

사회분야에서는 ‘국민통합’과 ‘차별시정’이 키워드였다. 탕평 인사책 실시, 계층간 소득격차 축소, 노사화합 등을 통해 국민통합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국민통합은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숙제”라며 “지역구도를 완화하기 위해 지역탕평 인사를 포함,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 “소득격차를 비롯한 계층간 격차를 좁히기 위해 교육과 세제 등 제도적인 개선을 강구하고 노사화합과 협력의 문화를 이루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는 부동산 보유 중과세 도입, 우리사주제도 활성화, 여성 노인 장애인에 대한 일자리 창출, 중소 영세기업 근로자 복지 지원 등 사회통합을 겨냥한 다양한 조치를 내놓을 예정이다.

노 대통령은 또 성과 학벌 장애인 비정규직 외국인근로자 등 5대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과 차별시정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새 정부 조각(組閣)에서 여성 장관의 몫이 크게 늘어난 것도 노 대통령의 이런 의지를 구체화한 대목이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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