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 질문]국회 高聲-야유 사라졌다

  • 입력 2003년 2월 10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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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열린 국회 대정부 질문은 개정된 국회법에 따라 의정 사상 처음으로 의원과 국무위원간의 일문일답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에 따라 질문자가 10명 안팎에서 6명으로 줄었고 보충 질의를 없앴기 때문에 전체 시간이 2∼3시간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눈에 띈 점은 정당간 치열한 대립과 이에 따른 국회 파행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날의 가장 큰 쟁점인 2235억원 대북 비밀송금 사건은 과거 같았으면 응당 몇 차례의 정회나 파행이 예상된 사안이었다. 기존의 대정부 질문은 사실상 상대 당에 대한 정치공세였고 의원들은 일장 연설을 통해 한풀이하듯 거친 말이나 야유를 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은 그런 풍경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확인 안된 주장을 일사천리로 늘어놓는 의원도 없었다. ‘질문은 알차게, 진행은 차분하게’라는 일문일답 취지를 어느 정도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많은 공무원이 국회 복도에 진치고 앉아 장관의 일괄 답변을 준비하던 광경도 대부분 사라졌다.

하지만 일방적인 정치공세만 펴던 의원들이나 실무자의 답변자료만 읽던 국무위원 모두 즉석 토론에 익숙지 않아서인지 미숙한 광경이 자주 나타났다.

한나라당 조웅규(曺雄奎) 의원은 수시로 장관의 답변을 끊고 자기 주장을 반복했으며 비교섭단체인 자민련의 이인제(李仁濟) 총재권한대행은 대표연설을 못한 탓인지 질문시간의 대부분을 연설로 채웠다.

‘인터넷 살생부’에서 ‘역적’으로 분류됐던 민주당 이윤수(李允洙) 의원은 이날 주제인 정치외교분야와 동떨어진 인터넷 피해 대책을 추궁하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장관들도 예상치 못한 질문이나 대북 송금과 같은 껄끄러운 주제에 대해서는 “나중에 서면 답변하겠다”거나 “뭐라 말할 입장이 아니다”며 얼버무리기 일쑤였다.

의원들이 현안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데다 20분이라는 시간제한에 쫓겨 총리나 장관이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넘어가도 매섭게 추궁하지 못했다. 답변 내용과는 상관없이 미리 준비한 원고대로 다음 질문을 읽어 내려가는 바람에 맥이 끊기는 경우도 잦았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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