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핵 해법' 제재 대신 대화로 해결

  • 입력 2003년 1월 15일 13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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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문제에 과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놓고 장고를 거듭해온 미국이 결국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여론을 존중, '제재' 대신 '대화'를 통해 사태를 풀어나가는 방향의 해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14일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식량 및 에너지 지원 등 과감한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강온 양론으로 나뉘어졌던 미국의 대응이 현실에 입각한 온건한 해결쪽으로 가닥이 잡혔음을 의미한다.

한국에 이어 중국을 방문 중인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담당차관보가 15일 "대화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발언한 것도 주목할만한 일이다.

이에 앞서 부시 대통령은 몇 차례에 걸쳐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음을 천명했고, 콜린 파월 국무부장관은 대북 불가침을 서면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언급하는 등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여건 조성에 신경을 써왔다.

북한은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감시요원 추방과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 선언 등으로 긴장을 고조시키는 한편 한성렬 유엔 대표부 차석대사와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주 주지사와의 회동을 통해 대화에 대한 희망을 나타냈었다. 미국은 이같은 북한의 상반된 메시지 가운데 대화가 북한의 본심이라고 판단한 듯 하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14일 "북한과 미국으로부터 좋은 조짐을 감지하고 있다"며 북핵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낙관한 것도 대화를 모색하는 양국의 기류를 염두에 둔 것으로 관측된다.

또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이날 사설에서 부시 행정부에 대북대화를 촉구하고,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니콜러스 크리스토프는 협상을 통해 북한을 개혁과 개방으로 유도하는 것이 전쟁보다 낫다고 지적하는 등 미 언론도 북-미 대화에 지지를 보내는 추세이다.

미국은 앞으로 북한과의 실무대화를 거쳐 제네바 합의를 대체할 보다 엄격한 내용의 새로운 핵합의 도출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북한에 대한 구속력을 강화하기 위해 북-미 양자협상 대신 여러나라가 참여하는 다자간 협상을 시도할 수도 있다.

북핵사태가 대화국면에 접어들면 일단 한반도의 긴장은 완화되지만 대화 과정에 진통이 따를 공산이 크기 때문에 단시일 내에 해결책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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