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로 정국물살 돌리기?…한나라-민주 舊주류 공론화배경

  • 입력 2003년 1월 14일 1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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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제 개헌 문제가 수면 위로 급부상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당 개혁 문제에 몰두해 있는데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가 개헌 논의는 2006년에 하겠다는 국정 청사진을 밝힌 직후 내각제 개헌 문제가 ‘돌출 변수’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내각제 공론화를 처음 시도한 쪽은 한나라당이었다. 이규택(李揆澤) 원내총무가 3일 “2월이나 4월 임시국회에서 내각제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조속한 논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

이후 한동안 잠잠하더니 13일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가 “(내각제 개헌을)논의할 때가 됐다”고 화답하고, 민주당 일부 의원의 동조와 자민련의 적극 환영이 이어지면서 급속히 번지고 있다. 14일에는 한나라당 당·정치개혁특위의 이강두(李康斗) 1분과위원장이 “정강 정책에 내각제를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며 당론화 추진 의사까지 밝혀 가속도가 붙었다.

이들이 내세우는 명분은 한결같이 권력 분산과 지역주의 극복이지만 속내는 다를 것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내각제 띄우기에 앞장서고 있는 사람들 상당수가 정당개혁 열풍에서 한발짝 비켜 있다는 점에서 ‘소나기 피하기’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이 그것이다.

민주당 김성호(金成鎬) 의원은 “개혁 과정에서 청산 대상으로 지목되는 과거 정치인들이 정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의기투합한 것 같다”고 혹평했다.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한화갑 대표 등 구주류측이 정국 물살을 개헌 쪽으로 돌리기 위한 전략적 차원이라는 해석이다.

한나라당의 경우도 또다시 ‘상실의 5년’을 보내야 하는 박탈감에다 ‘노무현 정권’에 집중될 권력을 견제하려는 정파적 이해가 결합돼 내각제 논의가 일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지금 그런 얘기를 꺼내는 것은 동기의 순수성을 의심받는 행위(임태희·任太熙 제2정조위원장)”라는 당내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장파 의원들은 특히 “자기 개혁 요구를 회피하고 정략적으로 권력을 흔들어 보려는 구태다”고 일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내 151석의 한나라당이 적극 나서고 자민련(12석)과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가세할 경우 개헌 가능 의석(재적 273석의 3분의 2인 182석)에 육박할 것이란 점에서 개헌 논의의 폭발성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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