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NPT탈퇴 선언]北 "核 1대1 협상하자" 美에 초강수

  • 입력 2003년 1월 10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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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동결 해제조치를 완료한 뒤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라는 강경카드를 사용함으로써 ‘한계선(red line)’을 넘어섰다.

특히 북한의 이 같은 강경한 대응은 북한의 ‘선(先) 핵폐기’를 고집하던 미국이 대화기조로 입장을 선회한 가운데 나온 조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 정부는 미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를 통해 북한과의 대화재개 의사를 밝혔고,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북한의 체제보장 문제를 다룰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북한의 불가침조약 체결요구에 어느 정도 호응할 의사를 나타낸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NPT 탈퇴라는 극약처방으로 나선 것은 TCOG 회의 결과 및 미국 정부의 대북 대화 접근 방식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NPT탈퇴 선언 직전의 북한 움직임
2002년 12월 12일외무성 대변인 담화 통해 ‘핵동결 해제’ 선언.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감시카메라 및 봉인 제거 요구
12월 15일조평통 대변인 담화, “전력생산을 위한 핵시설 가동과 건설재개 조치는 남한에 어떤 위협도 되지 않는다”고 주장
12월 22일핵시설 재가동 위해 봉인과 감시카메라 제거작업 개시
12월 23일영변 방사화학실험실, 핵연료봉 제조공장 봉인 제거 완료
12월 27일원자력 총국장, IAEA 사무총장에 ‘IAEA 사찰관 추방 결정’ 서한 발송
12월 29일외무성 대변인 담화, “미국의 제네바 합의 파기에 따라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유보’ 조치마저 위태로운 지경에 빠졌다”고 주장
2003년 1월 10일NPT 탈퇴 선언

결국 북한으로서는 NPT 탈퇴라는 강수를 통해 미국과의 협상을 직접적으로 요구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은 그동안 줄곧 ‘불가침 조약 체결’을 주장하며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한미일 3국은 TCOG 성명을 통해 북한의 이 같은 요구에는 눈길을 주지 않고,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핵개발 프로그램 폐기선언을 해야만 북-미대화가 재개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미대화 방향도 그나마 협상이 아니라 북한의 핵폐기 문제를 논의하는 데 한정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실망감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정부성명에서 “미국은 ‘말은 해도 협상은 안 한다’는 오만한 태도로 대답에 나섰다”고 한 대목은 미국에 대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정부성명에서 미국을 비난하면서도 핵무기를 만들지 않겠다고 강조했고, 핵무기 개발여부에 대해 북-미간 별도의 검증도 가능하다고 밝힘으로써 NPT 탈퇴 카드가 궁극적으로는 협상을 촉구하기 위한 의도임을 뒷받침했다.

북한이 특히 현 시점에서 이 같은 강경대응을 한 것도 주목된다.

미국은 TCOG 회의를 통해 북한과의 대화재개를 밝힘으로써 당분간 이라크 문제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는 게 미 언론들의 평가였다. 그러나 북한은 NPT 탈퇴 선언으로 미국이 이라크전을 매듭짓기 전에 북-미간 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워싱턴에 전달한 셈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북한은 미국이 이라크전에 본격적으로 개입되기 전에 자신들과의 협상문제를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압박을 가하기에 적기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미국의 대화재개 의사를 확인한 북한이 이제는 대화국면으로 접어들 것을 확신한 뒤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선수를 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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