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당선자 발언 파장]韓-美 미군철수 논의 있었나

  • 입력 2002년 12월 30일 18시 53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가 30일 주한미군 감축 대비 필요성을 언급한 것을 계기로 과연 한미간에 주한미군 감축, 혹은 철수 문제를 둘러싸고 어떤 ‘물밑대화’가 오갔는지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9일 방한했던 테드 스티븐스, 대니얼 이노우에 의원 등 미 상원의원 2명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면담해 ‘한국민이 원하면’이라는 전제로 주한미군 철수문제를 거론했다고 주장했다. 이미 이 문제가 이미 한국에 통보된 상태라는 얘기였다.

이에 대해 청와대와 국방부는 공식적으로 “미국측이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철수 문제를 공식 거론해온 일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당국의 부인과 달리 미국측은 이미 12월 초 미군 장갑차 여중생 치사사건으로 촉발된 한국내 반미시위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직간접적인 채널을 통해 주한미군을 ‘감축할 수도 있다’는 뜻을 한국측에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통령이 6일 “반미, 미군 철수는 안된다. 필리핀이 설마 하면서 미군 철수를 외치다가 미군이 진짜로 나가는 바람에 경제 국방상으로 큰 문제가 있었다”고 미군 철수론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도 그 같은 미국측의 기류를 의식한 때문이었다는 얘기다.

미 국무부의 한 고위관리는 12월 중순 미국을 방문한 한 한국측 인사를 만난 자리에서 “2003년부터는 무조건 주한 미 지상군을 감축하게 될 것이다. 이미 국방부에서는 주한미 지상군 병력감축을 검토해온 지 오래다”고 주한미군 감축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주한 미 지상군 감축 문제는 이미 한미간에 사전 논의가 있었던 사안. 특히 미국측은 걸프전 이후 미사일 방어(MD) 체제 등의 개발로 해외 주둔 지상군을 감축해도 전력상 큰 문제가 없다는 인식아래 병력 감축을 추진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상군 주둔이 갖는 상징성, 즉 인명을 ‘볼모’로 한 해당 지역 방위의지의 표현이라는 점 때문에 한미 양국은 3만7000명의 주한 미 지상군의 공식적인 감축 논의를 유보해왔다. 그런 만큼 만약 주한 미 지상군 감축이 실제 이뤄질 경우 국내에 미칠 심리적 상징적 파장이 상당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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