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9일 방한했던 테드 스티븐스, 대니얼 이노우에 의원 등 미 상원의원 2명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면담해 ‘한국민이 원하면’이라는 전제로 주한미군 철수문제를 거론했다고 주장했다. 이미 이 문제가 이미 한국에 통보된 상태라는 얘기였다.
이에 대해 청와대와 국방부는 공식적으로 “미국측이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철수 문제를 공식 거론해온 일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당국의 부인과 달리 미국측은 이미 12월 초 미군 장갑차 여중생 치사사건으로 촉발된 한국내 반미시위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직간접적인 채널을 통해 주한미군을 ‘감축할 수도 있다’는 뜻을 한국측에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통령이 6일 “반미, 미군 철수는 안된다. 필리핀이 설마 하면서 미군 철수를 외치다가 미군이 진짜로 나가는 바람에 경제 국방상으로 큰 문제가 있었다”고 미군 철수론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도 그 같은 미국측의 기류를 의식한 때문이었다는 얘기다.
미 국무부의 한 고위관리는 12월 중순 미국을 방문한 한 한국측 인사를 만난 자리에서 “2003년부터는 무조건 주한 미 지상군을 감축하게 될 것이다. 이미 국방부에서는 주한미 지상군 병력감축을 검토해온 지 오래다”고 주한미군 감축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주한 미 지상군 감축 문제는 이미 한미간에 사전 논의가 있었던 사안. 특히 미국측은 걸프전 이후 미사일 방어(MD) 체제 등의 개발로 해외 주둔 지상군을 감축해도 전력상 큰 문제가 없다는 인식아래 병력 감축을 추진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상군 주둔이 갖는 상징성, 즉 인명을 ‘볼모’로 한 해당 지역 방위의지의 표현이라는 점 때문에 한미 양국은 3만7000명의 주한 미 지상군의 공식적인 감축 논의를 유보해왔다. 그런 만큼 만약 주한 미 지상군 감축이 실제 이뤄질 경우 국내에 미칠 심리적 상징적 파장이 상당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