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대선 여론조사 특징]北核등 돌출변수 많아 민심 요동

  • 입력 2002년 12월 19일 18시 26분


올해 대선 여론조사는 무응답층과 돌발 변수가 많아 여론조사 전문가나 정신의학자들도 분석에 어려움을 겪었다.

홍두승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체감 분위기와 여론조사 결과가 다르고 전화 여론조사에서 명확히 응답하는 비율이 줄어든 것은 응답자의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라며 “이로 인해 여론조사의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는데, 그런 태도 변화 자체가 사회현상”이라고 말했다.

97년 대선의 경우 전화조사 응답률이 15%였는데 올해는 10% 이하라는 이야기도 나올 만큼 전화조사 성공률이 낮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보수주의자들은 전화조사 자체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자기가 불리하다고 생각되면 거꾸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라면 여론조사는 2배의 차이(틀린 쪽으로)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무응답이 많은 것에 대해 정신의학자들은 “불안심리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대 의대 신경정신과 권준수 교수는 “한국인들은 대세에 끼지 못하면 불안해하는 측면이 강하다”며 “후보단일화 이후 노풍이 불고 반미 기류가 일면서 이런 큰 흐름에 끼지 못하는 보수층이 입을 다물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처럼 접촉 불가능층과 무응답층이 많아짐에 따라 여론조사의 정확성을 떨어뜨렸다는 시각도 있다. 조성겸 충남대 교수(언론정보학)는 “의도적으로 응답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여론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두승 교수도 “무응답층은 대개 대도시 이외 지역 사람들, 50대 이상, 여자의 경우에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97년 대선과 비교했을 때 올해는 후보단일화, 북한 핵동결 해제 등 돌발 변수가 많아 응답자들의 태도가 수시로 바뀌고 부동층이 늘어나는 경향도 나타났다. 윤호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연구원은 “97년에는 ‘지역’이 큰 변수였다면, 올해는 ‘나이’의 비중이 크다”고 분석했다.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의 노무현 후보 지지 철회에 따른 ‘정몽준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한 여론조사 관계자는 “정몽준 지지자 가운데 투표장에 나오지 않는 사람이 많아 3∼4%의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고, 다른 관계자는 “선거 전날 심야에 발생한 파동이 선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한국갤럽이 19일 2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조사에 따르면 정 대표의 지지 철회에도 불구하고 노 후보 지지자 중 94.7%는 노 후보를 그대로 지지했으며 3.5%가 이회창 후보 지지로, 0.7%가 권영길 후보 지지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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