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가 말한 '달라진 미래' 의미

  • 입력 2002년 11월 17일 18시 44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성명에서 “미국은 앞으로 북한과 ‘달라진 미래(different future)’를 갖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물론 분명한 전제는 북한이 스스로 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월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특히 북한의 농축우라늄 핵개발 계획 시인 이후 미국 내 강경파들이 보였던 파상적인 대북 성토 분위기와도 다르다는 점에서 미국이 뭔가 새로운 대북 접근방식을 추구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부시 대통령이 궁극적으로는 ‘과감한 접근(bold approach)’을 통해 북-미 관계정상화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북-미간의 관계개선을 통해 북한판 경제개혁을 뒷받침하는 ‘미래’를 보장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17일 일부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예전부터 미국은 보수적인 공화당이 집권한 시기에 국제문제를 과감하고 대담하게 풀어온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 때 중국과의 ‘핑퐁외교’나 제럴드 포드 대통령 때의 미소 데탕트, ‘아버지 부시’ 대통령 때의 냉전종식 선언처럼 현재의 부시 대통령도 북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싶어하며 ‘달라진 미래’라는 표현 속에는 그런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또 중간선거에서 압승한 부시 대통령에게는 그럴 수 있는 ‘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한 국제문제 전문가는 이를 부시 대통령식의 ‘광폭(廣幅) 정치’에 비유하면서 “북한은 핵 문제가 해결하면 빌 클린턴 대통령 때보다 훨씬 좋은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클린턴 행정부 때는 북한이 하나를 내놓으면 미국도 하나를 보상해주는 식으로 협상을 진행했지만 부시 대통령은 그보다 훨씬 ‘통 큰’ 스타일을 보여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의 유럽재건계획(마셜플랜)처럼 ‘북한판 마셜플랜’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