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EM결산]美에 北과 조속대화 압박

  • 입력 2002년 9월 24일 18시 43분


덴마크 여왕과 각국 정상들 - 코펜하겐=김경제기자
덴마크 여왕과 각국 정상들 - 코펜하겐=김경제기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제4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거둔 가장 큰 외교적 성과는 한반도의 평화 협력과 ‘햇볕정책’에 대한 회원국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는 점이다.

특히 회의에서 채택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정치선언’에 “미국과 북한의 대화 재개전망이 계속 개선되기를 희망한다”는 대목이 포함된 것은 미국의 대북 강경자세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도 22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조속한 북-미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가세했다.

이처럼 북-미 대화가 이번 ASEM을 통해 새로운 국제적 관심사로 등장함에 따라 김 대통령으로서는 미국에 직접 대북 대화를 촉구하는 데 따른 ‘부담’을 피하면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성과를 올린 셈이다. 김 대통령은 21일 경유지인 네덜란드에서 가진 교민 간담회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꿈같은 일이 진행되고 있다. 이제 미국과 북한과의 문제만 남았다”고 북-미 대화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ASEM이 이처럼 국제사회의 대북 포용 노력을 강조하고 나선 이면에는 최근 ‘일방주의’로 흐르고 있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외교노선에 대한 반감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류는 24일 채택된 의장성명에서 “테러에 대한 대처는 유엔의 주도적 역할 및 유엔 헌장의 원칙에 기초해야 한다”고 밝힌 데에서도 드러난다. 이 대목은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에 대한 ASEM 회원국들의 비판적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미 대화 문제를 국제사회가 거론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자칫 미국의 자존심을 자극해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 미국은 여전히 북한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강해 향후 북-미 관계 진전을 낙관하기만은 힘든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번 ASEM에서 채택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정치선언’이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를 거듭 확인한 것이라는 점에서 임기를 얼마 남겨 두지 않은 김 대통령에게는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코펜하겐〓윤승모기자

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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