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신의주 특구 설레는 中 단둥시 르포]"북한특수" 시작

  • 입력 2002년 9월 23일 23시 21분


단둥~신의주 철교중국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압록강 철교. 단둥쪽에서 촬영한 것으로 6·25전쟁때 폭격으로 끊어진 철교 뒤편으로 새로운 다리가 보인다.동아일보 자료사진
단둥~신의주 철교
중국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압록강 철교. 단둥쪽에서 촬영한 것으로 6·25전쟁때 폭격으로 끊어진 철교 뒤편으로 새로운 다리가 보인다.동아일보 자료사진
“두 도시가 마치 약속이나 한 것 같았다. 어쩜 그렇게 공교로울 수 있는지….”

압록강을 끼고 북한 신의주를 마주보고 있는 중국 최대의 국경 도시 단둥(丹東). 이곳에서 만난 최경호(崔京鎬·조선족)씨는 “신의주 경제특구 지정 소식을 듣고 단둥 시민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 달이 채 못된 지난달 26일 중국이 동북 지역 최대 도시인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에서 단둥까지 4차로 고속도로를 개통했다는 것. 종전에 선양에서 압록강까지 가는 데 5시간 이상 걸렸으나 이 도로로 인해 두시간 반 정도로 줄어들면서 북한과 중국을 잇는 대동맥이 만들어졌다는 설명이다.

23일 오후 압록강의 단둥세관 주변에는 북한과 중국의 트럭 수십대가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쌀, 옥수수, 원자재 등을 실은 차들이 국경 검문소의 통과 절차를 밟느라 여념이 없었다.

최씨는 “경제 특구 지정 이후 최근 단둥과 신의주간을 오가는 차량들이 부쩍 는 것 같다”면서 “단둥도 이제 중국 동남해안 못지않은 경제발전의 기회를 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신의주 경제 특구 지정 이후 단둥은 새로운 희망에 들떠 있다. ‘동북의 홍콩’을 목표로 했던 수십년간의 꿈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곳 주민 양둥청(楊東成)씨는 “단둥은 어찌보면 신의주와 운명을 같이한다”면서 “외국 자본이 북한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단둥을 교두보로 삼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단둥시는 세관 부근의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에서 자동차로 약 15분 정도 떨어진 압록강 하류쪽에 시 재정으로 8차로의 새 압록강 철교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단둥은 또 신의주 특구 건설에 따른 전력과 공업용수 등도 지원할 예정이다.

단둥 한인회의 오인수(吳仁守) 회장은 “남북한이 경의선과 동해선을 동시에 연결하기로 했지만 두 도로의 차이는 크다”면서 “동해선이 화물을 주로 싣고 달리는 도로라면 경의선은 사람과 화물이 중간중간 내리는 살아 있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나친 기대를 경계하는 반응도 적지 않다. 신의주의 물적, 인적 인프라의 미비와 북한의 과거 경제 운용 스타일을 들면서 아직은 좀더 두고 볼 필요가 있다는 것.

단둥의 한 조선족 기업인은 “신의주에 외국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북한이 어떻게 대외신뢰를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단둥〓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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