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단속기준 완화]정치인이 주관-금품제공 안하면 가능

  • 입력 2002년 9월 18일 18시 47분


중앙선관위가 18일 제시한 올해 대통령선거기간(11월27일∼12월19일) 중 동창회 향우회 종친회 등에 관한 단속기준을 문답 형식으로 알아본다.

Q:연말에 동창회 송년모임을 가지려 하는데 대선기간과 겹친다. 무조건 열 수 없나.

A:정치인이나 선거와 무관한 동창회는 얼마든지 열 수 있다. 정치인이 모임을 주관하거나 금품을 제공하는 경우, 후보자가 직접 참석하는 경우 등은 금지된다.

Q:선거기간 중에 후보자를 동창회에 초청할 수 있나.

A:후보자와 그 배우자는 어떤 명목으로든 선거기간 중에 동창회 향우회 종친회 행사에 참석할 수 없다. 후보자가 참석한 행사는 단속 대상이 된다.

Q:후보자의 자녀가 회원인 동창회에도 참석할 수 없나.

A:그렇다.

Q:동창회가 열릴 때마다 임원진이 특별회비 명목으로 찬조금을 내고 있는데, 임원 중에 국회의원이 끼어 있다. 이 경우 선거기간 중에 동창회를 열 수 있나.

A:정치인이 동창회의 임원인 경우 찬조금을 내면 단속 대상이 된다.

Q:선거기간 중에 후보자가 고등학교 친구인 동창과 식사하는 것도 안되나.

A:단순한 만남인 경우에는 규제 대상인 동창회로 보지 않는다. 다만 선거기간 중에 후보자는 선거와의 관련 여부를 불문하고 기부행위를 할 수 없는 만큼 유권자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기부행위가 된다.

Q:선거기간 중에 열리는 동창회 등에서 선거에 관한 발언을 하면 안 되나.

A:모임 도중 자연스럽게 선거에 관한 얘기가 화제로 떠올라 참석한 동창들 간에 ‘인품이나 경력으로 볼 때 ○○○ 후보가 당선됐으면 좋겠어’라거나 ‘△△△는 떨어져야 돼’ 등의 단순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무방하다. 그러나 이 범위를 넘어서서 특정인을 당선 또는 낙선시킬 목적으로 특정 후보자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를 호소하는 발언은 금지된다.

Q:선거기간 중에 제례를 지내기 위해 종친회 모임을 가지려 한다.

A:선거와 관계없이 종친들이 모여 종전에 해오던 대로 제례의식을 갖는 것은 무방하다.

Q: A 지역 출신 국회의원이 선거기간 중에 지역구 밖의 모교 동창회에 참석해서 식사를 제공할 수 있나.

A:참석은 가능하지만 식사 제공은 할 수 없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시민들, 선관위 '10일만에 뒤집기'에 분통▼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선 때까지 동창회와 향우회 등 연말 모임을 선거법에 따라 엄중 단속하겠다는 방침을 18일 사실상 철회하자 시민들은 이를 반기면서도 선관위의 ‘오락가락 행정’에 분통을 터뜨렸다.

선관위의 ‘선거법 엄중 적용’ 발표 이후 연말 모임을 신년행사 등으로 바꾸느라 곤욕을 치른 동문회 등은 다시 일정 변경이 가능한지를 알아보느라 애를 태우고 있다.

연말 송년회를 신년행사로 바꿔 열기로 했던 서울 S고 동문회 관계자는 “정부가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열흘만에 발표를 뒤집는 게 어디 있느냐”며 “1년 전에 예약했던 송년회 날짜를 바꾸느라 애를 먹었는데 이제 와서 이게 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1년 전부터 예약을 받은 수십 건의 연말모임을 취소하거나 다른 곳으로 넘겼던 호텔들은 다시 이들 모임을 유치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분주했다.

서울 H호텔 관계자는 “선관위의 당초 발표 이후 30여건의 모임 중 20여건을 금지기간을 피해 다른 호텔로 예약을 옮겼는데 이미 계약금까지 지불한 곳이 많아 다시 우리 호텔로 모임을 끌어오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선관위의 오락가락 행정을 원망했다.

이석연(李石淵) 변호사는 “동창회나 종친회 등 자연발생적인 모임을 부정선거를 막는다는 이유로 일괄 금지하는 법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과잉 입법”이라며 “더구나 선관위는 법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할 권한이 없는 만큼 위헌 소지가 있는 ‘선거기간 중 모든 모임의 금지 조항’은 삭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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