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무기 보유 새로운 증거는 없다”…美국방부 진화 나서

  • 입력 2002년 9월 18일 17시 58분


미국 국방부는 17일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도널드 럼즈펠드 장관의 16일 발언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미 국방부 공보관실의 한 관계자는 럼즈펠드 장관의 발언 진의와 배경을 묻는 기자의 질의에 “럼즈펠드 장관의 발언이 실수나 실언은 아니지만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것도 아니었다”며 “최근의 북한 핵 활동에 관해 새로운 증거가 나온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중앙정보국(CIA)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의 로버트 월폴 전략 핵 프로그램 담당관이 올 1월 상원 행정위원회에서도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관해 증언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월폴 담당관은 당시 의회에서 “정보기관은 90년대 중반 북한이 1개 혹은 2개의 핵무기를 생산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그 후 북한은 94년 제네바 기본합의에 따라 영변의 플루토늄 생산활동을 동결했다”고 증언했었다. 이는 NIC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2015년까지의 외국의 미사일 개발 및 탄도미사일 위협’ 보고서의 북한 핵무기 현황에 관한 부분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NIC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한 월폴 담당관의 증언은 CIA가 그동안 내놓았던 추정과는 다른 것이다. CIA는 북한이 제네바 기본합의 전에 핵무기 1, 2개를 생산하는 데 충분한 양의 플루토늄을 생산했을 것으로 추정해 왔다. 미 국방부도 지난해 1월 작성한 ‘확산:위협과 대응’이라는 보고서에서 “94년 제네바 기본합의 전에 북한은 최소한 1개, 혹은 2개의 핵무기를 생산하는 데 충분한 플루토늄을 생산, 전용한 것으로 믿어진다”는 평가를 내렸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할 때 럼즈펠드 장관의 발언은 북한의 현재 핵 활동이 아니라 과거 핵 활동에 관한 것으로 추정된다.

초점은 북한이 제네바 기본합의 전 1, 2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양의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데 그쳤는지 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제로 핵무기를 생산했는지의 여부다. 현 단계에선 분명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 여부는 제네바 기본합의에 따라 대북 경수로의 핵심부품을 전달하는 단계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실시케 돼 있는 사찰을 통해서만 가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최근 IAEA의 사찰에 몇 년이 걸리는 점을 들어 북한에 조속히 사찰을 허용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럼즈펠드 장관이 북한과 일본의 정상회담 직전에 민감한 발언을 한 것은 북한의 핵 의혹에 대한 미국의 우려와 단호한 해결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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