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내달 방북]정부 "남북관계 가속화 기대"

  • 입력 2002년 8월 30일 18시 32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방북에 대해 우리 정부측은 일단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북-일 관계의 진전이 남북관계 개선을 가속화하는 추진력이 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싸고 ‘2003년 한반도 위기설’까지 나오는 상황이었던 만큼 북-일 정상회담 개최가 한반도 정세의 물꼬를 돌리는 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실제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동북아 평화와 안정은 관계국간의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이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확신해 방북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또 김정일(金正日) 위원장을 만나 남북 및 북-미 대화에도 전향적인 자세를 가질 것을 촉구하겠다는 뜻을 김 대통령에게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고이즈미 총리의 적극적인 입장에는 “북-일관계 진전을 위해서는 북한 최고위층과 직접 대화할 필요가 있다”는 김 대통령의 꾸준한 설득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게 우리정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아무튼 일본 내에서는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에 대해 ‘미국을 흔들기 위한 북측의 계산된 적극 행보’란 관측이 적지 않지만 우리 정부 내에서는 일본측의 적극적인 의사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동안 일본 외무성을 중심으로 중국이 남북한과 수교하고 동북아의 중심국가 역할을 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국력에 비해 외교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는 자성이 적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 일각에서는 최근의 남북관계 진전과 북-일 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신 해빙(解氷)’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여전히 대북 문제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고, 북한도 대미 현안의 난맥상 타개를 위해 한시적으로 주변국과의 관계개선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미 일 3국은 다음달 6, 7일 서울에서 열리는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에서 최근 남북 및 북-일 관계 진전에 대한 입장을 조율할 예정이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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