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장관급회담]군사회담 불발땐 경협도 불가능

  • 입력 2002년 8월 13일 18시 57분


북측 김영성 단장(왼쪽)과 남측 정세현 수석대표가 회담 성과를 다짐하며 악수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북측 김영성 단장(왼쪽)과 남측 정세현 수석대표가 회담 성과를 다짐하며 악수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제7차 남북장관급회담이 이틀째를 맞으면서 추석 전 이산가족 상봉과 경제협력추진위원회 개최 등 가시적인 성과물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관건은 군사실무회담. 우선 군사실무회담이 열리지 않으면 경의선 연결, 금강산 육로 개설, 동해안 철도 연결, 개성공단 건설 등 남북이 합의한 대부분의 경협사업이 풀릴 수 없다. 군사분계선을 경계로 남북 폭이 각각 2㎞씩 총 4㎞에 이르는 비무장지대(DMZ)가 인적·물적 이동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에서 군사실무회담이 어떠한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느냐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의 풍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핵심중의 핵심 군사실무회담〓개최 가능성은 일단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경제적 실리를 챙기려는 북측 입장과 경의선 연결 등을 통해 햇볕정책의 정당성을 부각시키려는 남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미 7·25 전화통지문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을, 이달초 금강산 실무대표접촉 공동보도문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과 개성공단 건설 등을 각각 협의대상으로 명시한 적이 있다. 우리 정부 역시 남북 철도·도로 연결을 경협사업의 차원을 넘어 경제공동체 형성의 중심축, 개성공단 및 금강산 개발의 시금석,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 등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고유환(高有煥) 동국대 교수는 “군사실무회담이 열리지 않으면 경협 부문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며 “북한도 이 같은 군사실무회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이 쌀 지원 등과 주고받는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 군사실무회담 개최에 대한 구체적인 날짜를 미리 주지 않고 경추위로 넘길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양측 접근 전략〓북측은 이번 장관급회담을 통해 쌀 배급제 개혁 등 지난달부터 추진중인 경제개혁을 위해 필수적인 30만∼50만t 규모의 식량지원 문제를 포함, 경제적 실리를 챙기려 하기 때문에 경협사업과 직결된 군사실무회담 개최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측이 개최를 희망하는 서해교전 재발방지 대책 마련과 군사적 신뢰구축을 논의하기 위한 군사당국자회담에는 견해를 달리 하고 있다.

우리측은 서해교전과 같은 무력충돌 재발방지를 위해 군사당국자회담을 개최, △군사직통전화 설치 △대규모 부대이동 및 군사연습 통보 △비무장지대 평화적 이용 △군 인사교류 및 정보 교환 △대량살상무기 등 단계적 군축 △군축 검증 등으로 이어지는 군사적 신뢰구축을 점진적으로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서동만(徐東晩) 상지대 교수는 “북한이 아직까지 군사 분야에 있어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는 까닭은 군부와의 관계 외에도 상황의 가변성을 우려하는 것 같다”며 “우리는 중요하기 때문에 빨리 해야한다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중요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게 다를 뿐”이라고 말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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