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중국식 개혁-개방모델 채택 시장경제 본격 실험

  • 입력 2002년 7월 24일 19시 07분


북한의 각종 경제개혁 조치는 지속적인 경제난으로 인한 농민시장(장마당) 중심의 시장경제 및 지하경제가 몰고 온 필연적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현 경제 체제를 근원적으로 수술하지 않는 한 경제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에 따른 고육책이라는 분석이다.

주목할 것은 이번 개혁 조치들이 중국식 개혁 개방 노선을 상당 부분 답습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농업 공업 서비스업 등 전분야에 대한 실적제를 도입한 것은 이윤 배분을 촉매로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자본주의적 경제원리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마침내 ‘시장경제에 굴복했다’는 관측까지 나올 정도다.

실적제 도입, 임금 및 물가 인상, 배급제 폐지 등은 극도로 왜곡된 생산 및 유통 구조를 바로잡아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유기적 조치들로 중국이 개혁 개방 초기 시행한 일련의 경제 조치와 흡사하다.

중국은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 집권 이후 개혁 개방 노선을 시행하면서 일부 지방에서 음성적으로 시행돼 온 농가 생산책임제를 공식 인정하는 한편 ‘국정가격’을 폐지해 물가를 현실화하는 조치들을 취했다.

북한 경제는 1990년대 초 사회주의 진영의 붕괴와 90년대 중반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식량난과 에너지난 등으로 공장 가동률이 30% 미만으로 떨어지는 등 급격한 붕괴 현상을 보여왔다.

특히 90년대 중반 이후 배급제가 유명무실해지면서 북한 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식량과 공산품은 물론 공장 설비까지 암시장인 장마당에 내다파는 일이 일반적인 경제현상으로 굳어졌다.

북한 주민들의 의식주 해결의 무대가 국영상점에서 암시장으로, 거래가는 국정가격 대신 암시장 가격으로 바뀌면서 국영경제는 완전 마비상태에 빠진 것.

북한이 임금을 올리고 실적제를 도입한 것은 장마당으로 나간 농민과 근로자들을 생산 현장에 복귀시켜 공식 경제를 회복시키려는 뜻으로 초기 중국식 발전 모델을 본뜬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북한이 본격적인 시장경제 체제로 나아가는 데는 걸림돌도 적지 않다.

중국의 경우 개혁을 주도한 정치 엘리트들이 마오쩌둥(毛澤東) 시절 문화혁명의 희생자로서 경제개혁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갈등이 적었으나 북한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김일성(金日成) 주석의 주체사상 및 자력갱생 원칙을 수정 또는 부정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므로 정경분리적 접근에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은 중국처럼 ‘발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주체사상을 실용적으로 재해석하는 방향으로 점진적인 경제 개혁을 추진하되 내부적으로는 주민들에 대한 사상교육도 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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