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연석회의]"盧후보 사퇴해야" "대안없다" 격론

  • 입력 2002년 6월 17일 18시 41분


'어떻게 할까' - 박경모기자
'어떻게 할까' - 박경모기자
17일 민주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 상임고문 당무위원 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의 거취와 '탈(脫) DJ' 문제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일부 참석자들은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울분을 토로하며 원색적인 발언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이날 발언에 나선 22명의 의원들 중 절반이상은 노 후보의 즉각 사퇴를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가 당내 대세(大勢)라고 말하긴 어렵다. 노 후보 체제에 불만을 갖고 있는 의원들이 집중적으로 의사를 표출했기 때문이다.

▽노 후보 사퇴 공방=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인제(李仁濟) 의원을 지지했던 의원들이 사퇴론의 선봉에 섰다. 뭔가 작심한 듯한 분위기였다. 이윤수(李允洙) 의원은 "오늘 지도부에서 결단을 내리고 대안을 제시해주기를 기대했으나 실망스럽다. 후보와 지도부가 우선 사퇴하고 전당대회를 다시 열어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희규(李熙圭) 의원은 "개인이든 청와대든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고 말했고, 이치호(李致浩)21세기국정자문위원장은 "노 후보가 사퇴하지 않으면 당이 소용돌이에 빠질 것이다"고 말했다. 함승희(咸承熙) 의원은 "민주당 옷만 입고 있으면 유권자들의 배척과 혐오의 대상이 된 것이 현실"이라며 당 공명선거추진위원장과 법률구조단장직의 사퇴를 선언한 뒤 퇴장해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돌출발언도 있었다. 이근진(李根鎭) 의원이 "노 후보를 사퇴시키지 못하면 나를 제명시켜 달라"고 발언하자 쇄신파 의원들이 일제히 나서 "당신 혼자 탈당하라" "말이면 다하느냐"고 고함을 치기도 했다.

안동선(安東善) 고문은 노 후보의 발언직후 기자실에 들러 "노 후보의 급진좌파작 이념에 대해 중산층과 보수츠으이 우려는 매우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당권파 의원들은 주로 노 후보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반박을 제기했다. 부산 서구지구당 정오규(鄭吾奎) 위원장은 "경선을 통해 뽑은 후보를 당에서 교체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반박했다. 송훈석(宋勳錫)의원은 "후보 지지율이라는 것은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급락하고 급등할 수 있다. 노 후보를 재신임하고 재보선 준비에 집중하자"고 말했다.

이날의 논의는 주류와 비주류간의 거리가 워낙 큰 탓에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보이는 양상이었다.

▽'탈(脫) DJ' = 청와대와 고리를 끊자는 발언이 봇물을 이뤘다. 일부 동교동계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중도개혁포럼' 등 중도적인 입장에 있었던 의원들까지도 김 대통령과의 관계단절을 불가피한 것으로 인식하는 분위기였다.

김명섭(金明燮) 의원은 "지도부가 대통령 세아들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했어야 했다. 대통령이 나오면 TV도 끈다. 대통령이 아태재산 뿐 아니라 개인재산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송영길(宋永吉) 의원은 "대통령이 국민 앞에 공감을 얻을 수 있을 정도로 사과를 하든지 만일 그렇지 못하면 우리 당은 (대통령과) 완전히 결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치호 당무위원은 "대통령 탈당 이후 권력은 저쪽(청와대)서 행사하고 책임은 우리 당이 지고 있다"고 말했다.

동교동계 의원들의 호소에 가까운 반론도 이어졌다.김 대통령의 측근이었거나 호남출신 의원들이 많았다. 김옥두(金玉斗) 의원은 "여러분들이 대통령에 대해 말하는 것을 보니 '정치가 이런 건가'라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을 괴롭히지 말라. 당이 이럴 수 있느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쇄신파내에 쇄신돼야할 사람들도 많다"고 개혁파들을 겨냥하기도 했다. 박주선(朴柱宣) 의원도 "대통령에 공경의식을 가져야 한다. 대통령 흠집내서 반짝 인기를 얻으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거들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지도부 문책 및 당 진로= 책임론이 대세를 이뤘다. 한화갑(韓和甲) 대표를 직접 거명하지는 않은 채 지도부 전체를 겨냥하는 '공동책임론'이 주조였다.

곽치영(郭治榮) 의원은 "현 지도부가 최고위원 선거때처럼 뛰어주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고, 이상수 김희선(金希宣) 의원은 "지도부는 사퇴하고 비대위로 전당대회를 치르자"고 주장했다. 임채정(林采正) 의원은 "실망스럽지만 한달 반 동안 뭘 할 수 있었겠느냐. 그렇더라도 나눠먹기 인사행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인제 의원과 가까운 김기재(金杞載) 의원은 "노 후보가 책임진다고 한 만큼 더 이상 책임문제를 거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경재(金景梓) 의원은 "박근혜(朴槿惠) 의원을 우리 당 후보로 영입하자는 주장도 있는데 그날 즉시 나는 탈당할 것이다. 노 후보 외에 대안이 없다"며 제3세력 영입론에 제동을 걸었다. 김상현(金相賢) 고문은 "우리는 전투에 패했지만 전쟁에 진 것은 아니다"고 위로하기도 했다.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오늘 스물두 분이 한 발언을 모두 충분히 검토하겠다"며 "여기서 나온 해결책과 책임문제를 저에게 위임해달라"고 말한 뒤 회의를 마무리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