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어디로]'재신임 갈등' 권력투쟁 비화 조짐

  • 입력 2002년 6월 16일 22시 46분


6·13지방선거 참패 이후 민주당의 구당(救黨) 논의가 백가쟁명식으로 번지고 있으나 논의의 흐름은 크게 세 가지로 대별된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명실상부한 당의 중심이 되도록 하자는 ‘노무현 중심론’과노 후보를 중심으로 하되 판을 바꾸자는 ‘외연확대론’, 노 후보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판을 새로 짜자는 ‘거국신당론’등이 그것이다.

이 같은 논의는 지난해 당 쇄신과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부터 비롯된 당내 세력다툼의 연장인 측면도 있다.

▽노무현 중심론〓노 후보의 자체 인맥과 한화갑(韓和甲) 대표계, 그리고 정풍운동을 주도해온 쇄신파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들이 주축이다. 현재 당내에서 과반수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자체 주장이다.

이들은 민주당에서 DJ의 잔영(殘影)을 완전히 거둬내고 노 후보 주축의 개혁세력이 전면에 나서야만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지방선거의 패인도 ‘탈(脫) DJ’의 실패에서 찾고 있고, 반면 당의 활로도 김홍업(金弘業)씨에 대한 철저 수사와 김홍일(金弘一) 의원 탈당 등 DJ와의 절연(絶緣)에서 찾고 있다. 이들은 전당대회에서 노 후보 재신임 문제를 정면돌파한 뒤 여세를 몰아 노 후보의 친정체제를 확고히 구축할 태세이다.

이들은 대선도 당의 개혁색채를 보다 분명히 하는 것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생각이다. 신기남(辛基南) 추미애(秋美愛) 최고위원과 김근태(金槿泰) 정동영(鄭東泳) 고문 등이 이 그룹에 속한다.

하지만 “개혁세력만으로 대선을 치를 수 있느냐”는 당내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역주의가 지배하는 대선구도 하에서 이념과 성향만으로 승부를 내기에는 너무 위험하다는 것이다.

▽외연확대론〓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당의 중심으로 자임했던 범동교동계와 중도개혁포럼 내 상당수 인사들이 외연확대론을 펴고 있다. 이번 당내 갈등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거취에 상당한 관심이 쏠려있다.

이들의 논지는 한마디로 ‘노 후보를 중심으로 하되 노 후보 스스로가 중산층을 포용할 수 있도록 포용력을 키우고 세를 불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 후보가 민주당의 ‘중도개혁색채’를 수용하고, 안정감을 키워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서민론’을 역으로 찌르는 ‘중산층론’을 전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DJ 아들들 문제 외에 노 후보 개인의 불안정성도 지방선거 패인의 하나로 꼽는다. 따라서 이들은 노 후보의 변신을 토대로 JP, 박근혜(朴槿惠) 의원의 미래연합, 정몽준(鄭夢準) 의원까지를 포용해 ‘반(反) 이회창 연합전선’을 구축하자고 말하지만, 다만 신당이 아닌 연합을 주장한다.

이들은 노 후보 중심으로 가야한다는 점에서 노 후보의 후보직 사퇴를 주장하는 후보교체론자들과는 차이가 있지만 노 후보에 대한 이들의 지지 여부가 절대적이라고 보긴 힘들다.후보가 누구냐를 따지기보다는 정권재창출을 최우선적인 과제로 여기기 때문이다.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와 한광옥(韓光玉)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 등이 이 그룹에 속한다. 그러나 노 후보가 후보직을 내놓지 않고 ‘반 이회창 연합’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거국신당론〓동교동계 구파 일부와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이인제(李仁濟) 의원을 지지했던 충청권 의원들 사이에 이 같은 논의가 많다.

이들은 지방선거의 패인을 노 후보와 한화갑 대표의 지도력 부재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이들은 또 박근혜, 정몽준, JP, 고건(高建) 전 서울시장 등과 거국신당을 구성하고 거기서 후보를 새로 선출하기 위해서는 노 후보를 비롯한 당권파의 기득권 포기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처음에는 몇몇 의원들이 산발적으로 주장한 노 후보 사퇴론이 점차 세력화 과정을 밟고 있는 데는 노 후보의 진보적 성향이나 한 대표를 비롯한 동교동계 신파에 대한 거부감과 비주류의 소외감이 배경이 되고 있다.

만일 노 후보가 개혁세력 결집을 통해 ‘제2의 창당’을 결행할 경우 이인제 의원을 중심으로 독자행보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당내에서 가장 소수파이지만 발언의 수위는 가장 높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민주 구당논의 흐름
정 파‘노무현 중심론’‘외연확대론’‘거국신당론’
세 력노무현+동교동계신파+쇄신파 등 범주류연합범동교동계+중도개혁포럼동교동계구파+충청권 의원
노무현과의관계친(親)노 성향중립적반(反)노 성향
탈(脫)DJ적극적신중반대
대선전략개혁주의자 결집반(反)이회창연합결성반(反)이회창신당창당
지역전략지역보다 이념우선호남+충청+영남 일부호남+충청+영남일부
이념성향진보적중도적보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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