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군장교 출신 탈북자 망명 재시도

  • 입력 2002년 5월 28일 15시 04분


중국 베이징(北京)주재 한국 총영사관에 17일 진입했다가 되돌아간 탈북자 석모씨(35)가 27일 한국 총영사관에 다시 들어가 한국 망명을 요청했다.

이로써 한국 총영사관이 보호중인 탈북자는 23일에 진입한 최모씨(40)와 24일에 진입한 김모(35), 박모씨(30·여)에 이어 4명으로 늘어났다.

28일 주중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석씨는 27일 오전 10시경 총영사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이름을 밝히면서 "총영사관에 들어갈 수 있느냐"고 물었고, 총영사는 "17일에도 들어오지 않았느냐.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들어오라"고 말했다는 것.

대사관측은 17일 석씨가 총영사관에 들어가 3차례나 망명을 요청했으나 총영사관측이 이를 묵살했다고 주장한데 대해 "석씨는 '당시 총영사관에는 남자 직원 1명과 여자 직원 2명이 있었으며 이들에게 망명 의사를 밝혔으나 직원들이 못들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석씨는 당시 직원들이 자신을 강제로 총영사관 바깥으로 나가게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걸어나갔다고 밝혔다"고 대사관측은 덧붙였다.

그러나 대사관측의 이같은 해명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어서 당시 총영사관의 탈북자 보호 조치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석씨는 23일 베이징 주재 한국 특파원들을 만나 자신이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을 경호하는 호위총국 산하 평양시 삼석구역부대에 근무한 인민군 장교출신으로, 96년 9월 탈북했다고 밝혔다. 또 석씨는 같은해 10월 칭다오(靑島) 한국 총영사관에 들어가 한국 망명의사를 밝혔고 97년 10, 11월 한국대사관 직원을 베이징 시내에서 만나 한국행을 요청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고 주장했었다.

특히 그는 17일 한국 총영사관에 들어갔을 당시 영사 면담을 요청하며 3차례나 한국 망명의사를 밝혔으나 직원들이 자신의 신분 등을 전혀 묻지 않고 영사가 부재중이라며 인민폐 100원(약 1만6000원)을 주면서 돌려보내 20일 총영사관측에 전화를 걸어 항의하기도 했다고 말했었다.

한편 대사관측은 "총영사관에 들어온 탈북자들의 신병처리 협상을 중국측과 벌이고 있으나 아직 별다른 진척이 없다"면서 "현재 탈북자들의 건강은 양호한 편이며 식사도 잘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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