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홍걸씨 신분' 말바꾸기

  • 입력 2002년 4월 24일 18시 17분


김홍걸(金弘傑)씨가 더 이상 미국 퍼모나대학 태평양연구소(PBI)의 연구원이 아니라는 24일자 동아일보의 보도에 대한 청와대의 해명은 단 하루만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홍걸씨의 연구원 자격 유지 여부〓청와대는 “홍걸씨가 여전히 태평양연구소의 연구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홍걸씨가 지난해 12월에 연구소와 재계약을 체결했다” “홍걸씨가 재계약을 체결한 것은 아니지만 홍걸씨가 담당하던 프로젝트에 대해선 재계약이 체결됐다”며 계속 말을 바꾸고 있다.

그러나 이 연구소의 프랭크 기브니 소장은 23, 24일(한국시간) 기자와의 2차례 인터뷰에서 “홍걸씨는 더 이상 연구소에서 근무하지 않으며, 재계약도 없었다”고 단언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다시 “홍걸씨가 무급으로라도 프로젝트를 계속할 수 있는 만큼 연구원 자격은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한 관계자는 “홍걸씨가 PBI에서 2년차 연구활동에 들어간 것은 지난해 10월23일이고, 시한은 올해 10월22일까지”라며 “다만 홍걸씨의 유급 연구원직 만료 이후 연구소 측이 홍걸씨와 접촉이 안 되자 무급 연구원으로서 프로젝트도 중단한 것으로 해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구소 측은 “나중에 재정상태가 나아질 경우 홍걸씨를 다시 고용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그는 연구소와 아무런 공식적인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기브니 소장의 홍걸씨 문제 인지 여부〓청와대 측은 연구소에서 홍걸씨 문제를 담당하는 책임자는 연구소 큐레이터인 페드로 루레로 박사이며 기브니 소장은 홍걸씨의 재계약 여부를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연구소는 기브니 소장을 포함해 전체 연구원이 5명밖에 안 되는 작은 연구소로 기브니 소장이 자신의 휘하에 있는 루레로 박사가 하는 일을 모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기브니 소장은 “홍걸씨 문제를 내가 모른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기자는 24일 루레로 박사와도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청와대, 홍걸씨 문제 파악 경위〓청와대는 홍걸씨의 미국 현지 변호인인 제임스 방 변호사 등이 기브니 소장 및 루레로 박사와 전화 통화를 통해 홍걸씨가 아직 연구원임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브니 소장은 24일 “방 변호사 등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청와대가 홍걸씨의 현재 상황을 파악했다면 그 경로는 루레로 박사와의 접촉을 통해서였을 것으로 보인다.

로스앤젤레스〓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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