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여야의원 '친일명단'에 16명 임의추가

  • 입력 2002년 2월 28일 17시 33분


여야 국회의원 29명이 참여하고 있는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 모임'(회장 김희선·金希宣 민주당 의원)은 28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반민족행위자 708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명단은 광복회에서 명단을 확정해 제출한 692명과 광복회 심의과정에서 논란이 돼 누락된 17명 가운데 1명을 제외한 16명을 추가한 것으로, 이들을 명단에 포함시키는 문제로 의원모임 내부에서도 논란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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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의원모임에 참여한 의원 중 7명은 "역사에 대한 전문지식이나 연구가 부족한 정치인 이름으로 역사를 재단하는 것은 당치 않은 일이다"는 등의 이유로 선정 작업이나 회견 참여를 거부했다는 것.

또 윤경빈(尹慶彬) 광복회장은 "광복회에서는 친일의 경중을 따져 692명의 친일행위자 명단을 확정해 국회에 청원했으나 의원모임에서 16명을 추가해 발표했다"며 "그것은 광복회와는 무관한 것으로, 선정에 참여한 국회의원들의 책임이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광복회의 선정과정에 참여했던 신용하(愼鏞廈) 서울대 교수도 "17명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어 제외했는데, 의원들이 어떤 기준에 따라 명단에 포함시켰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정일(朴正一) 광복회 총무부장은 "의원들이 멋대로 16명을 추가 발표하는 바람에 친일행위자 선정의 취지가 뒤틀렸다"면서 "공과(功過)가 있는 인물들을 자의적으로 추가한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원모임 심의위원장인 서상섭(徐相燮·한나라당) 의원 또한 "16명에 대해선 독립에 기여한 것이 부분적으로 인정되므로 상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내부 논란을 인정했다.

의원모임은 1948년 반민족행위처벌법의 기준에 따라 명단을 선정했다고 밝혔으나 당시 반민특위에서 제외된 인사도 명단에 들어 있어, 의원모임이 3·1절에 맞춰 명단을 발표하려고 서두르다 보니 제대로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의원모임측도 "날짜가 촉박하다 보니 부실한 측면이 있는 것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명단엔 한일합방에 적극 협력한 이완용(李完用) 등 을사5적 과 정미7적 을 비롯해 일제 치하의 중추원 참여자, 친일단체 관련자, 고등계형사 등이 포함돼 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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