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계속 불퇴전의 입장을 강조하면서도 반(反)테러를 위한 북한의 노력과 북-미대화의 필요성을 넌지시 강조하고 있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 같은 북한의 이중적 태도는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발언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그는 1일 인민군 1200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 조국을 건드리려는 그 어떤 침략자도 용서치 않고 사생결단으로 싸워 결판을 보고야 말겠다는 투쟁정신을 지닌 이 위대한 힘을 당할 자는 세상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2일 179군부대와 779군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최근 사태와 관련한 언급을 삼가고 군인들의 정치사상 및 문화교양 강화를 강조했을 뿐이었다.
중앙통신은 1일자 논평에서 “우리는 테러와 인연이 없다는 것을 한두 번만 천명하지 않았으며 그 누구를 위협한 일도 없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중적인 접근방식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이 더욱 강경하게 나올 경우 남한의 이산가족상봉 제안에 호응하는 등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탈출구’를 찾을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려대 유호열(柳浩烈) 교수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으로 난감한 입장이 된 북한이 내외에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님을 시위하고는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향후 북-미대화에 나서기 위한 수위조절을 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한 김달술(金達述) 전 통일부 남북회담사무국 상근위원은 “북한 지도부는 그동안 북-미대화 과정에서 미국의 요구를 부분적으로나마 수용하기에 앞서서는 오히려 강경 발언을 하는 패턴을 보여왔다”며 “이는 미국에 끌려가는 게 아니라는 분위기를 조성해 강경파인 군부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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