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이중적 태도]"이에는 이" 외치며 물밑 대화 모색

  • 입력 2002년 2월 3일 18시 44분


金正日 군부대 방문
金正日 군부대 방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규정한 이후 북한은 연일 ‘미국과 전쟁을 치를 능력이 있다’는 등의 강경 발언을 쏟아내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미국에 대화를 촉구하는 듯한 이중적인 접근자세를 보이고 있다.

북한이 계속 불퇴전의 입장을 강조하면서도 반(反)테러를 위한 북한의 노력과 북-미대화의 필요성을 넌지시 강조하고 있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 같은 북한의 이중적 태도는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발언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그는 1일 인민군 1200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 조국을 건드리려는 그 어떤 침략자도 용서치 않고 사생결단으로 싸워 결판을 보고야 말겠다는 투쟁정신을 지닌 이 위대한 힘을 당할 자는 세상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2일 179군부대와 779군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최근 사태와 관련한 언급을 삼가고 군인들의 정치사상 및 문화교양 강화를 강조했을 뿐이었다.

중앙통신은 1일자 논평에서 “우리는 테러와 인연이 없다는 것을 한두 번만 천명하지 않았으며 그 누구를 위협한 일도 없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중적인 접근방식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이 더욱 강경하게 나올 경우 남한의 이산가족상봉 제안에 호응하는 등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탈출구’를 찾을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려대 유호열(柳浩烈) 교수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으로 난감한 입장이 된 북한이 내외에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님을 시위하고는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향후 북-미대화에 나서기 위한 수위조절을 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한 김달술(金達述) 전 통일부 남북회담사무국 상근위원은 “북한 지도부는 그동안 북-미대화 과정에서 미국의 요구를 부분적으로나마 수용하기에 앞서서는 오히려 강경 발언을 하는 패턴을 보여왔다”며 “이는 미국에 끌려가는 게 아니라는 분위기를 조성해 강경파인 군부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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