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김귀곤/도시의 습지를 살리자

  • 입력 2002년 2월 3일 18시 30분


2일은 1997년 람사협약에서 지정한 ‘세계 습지의 날’이었다. 람사협약은 습지 보전을 위해 1975년 발효된 국제협약으로 가입국은 123개국이며 우리나라는 97년 3월에 가입해 현재 이사국으로 있다. 이사국은 보전가치가 있는 중요한 습지를 조사 평가하고 그 관리 방안을 수립해 람사협약에 보고토록 되어 있다. 세계 각 국은 습지와 물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증진시키기 위한 기회로 이날을 활용하고 있다.

육지와 깊은 물 사이에 있는 곳으로서 축축한 땅인 습지는 다양한 측면에서 지역 환경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유역 내에서 수위를 조절해 주고, 홍수를 방지하며, 야생동물의 서식처를 제공해 생물학적 ‘슈퍼마켓’의 기능을 한다. 또한 생태관광 자원을 제공해 주며, 신물질 생산을 위한 원료를 제공해 준다. 이러한 이유에서 습지는 절대적으로 보전되어야 할 자연자원으로 간주된다.

우리나라에도 하천습지 내륙습지 등 다양한 습지가 존재하나 이들에 대한 현황파악과 종합적인 보전 관리 대책은 국제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확한 습지 면적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각종 개발로 매년 많은 면적의 습지가 사라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간섭으로 습지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이에 몇 가지 당면 과제에 대한 제안을 하고자 한다.

우선 국가 습지 현황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에는 습지의 인식뿐만 아니라 습지의 유형화와 지도화가 포함되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50% 이상의 습지가 사라진 이후에야 습지의 중요성을 인식했는데 현재는 습지 보전을 위해 ‘국가 습지 현황조사(NWI) 프로그램’과 지침을 만들고 습지의 지도화 작업을 전국에 걸쳐 진행해 오고 있다.

또 습지의 기능과 보전가치를 고려한 ‘습지보전 기본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습지보전법에서 ‘습지보전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으나, 그 구체적 내용은 아직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 기본계획에는 습지의 총량 목표가 포함되어야 하며 불가피하게 습지를 훼손할 경우 대체 습지를 조성토록 해야 한다. 그러나 기능이나 보전가치가 높은 습지는 어떠한 개발압력으로부터도 보호해야 한다.

한편 도시의 습지를 살려야 한다. 외국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도시는 물과 습지가 지나치게 부족하다. 도시에서 습지는 대기의 온도를 낮추어 주고 우리 생활 주변으로 야생동물들을 불러들인다. 그리고 도시의 홍수를 조절해 재해를 방지하고, 자연 경관의 아름다움을 제공하는 등 도시 환경의 질을 향상시킨다.

그러나 우리는 물과 습지를 고려하지 않고 하천을 복개해 삭막한 환경을 만들어 도시는 생명력 없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따라서, 하천이나 강을 다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살려주어야 하고, 적지에 생태연못과 같은 인공습지를 조성하며, 건물의 옥상에도 습지를 만들어야 한다.

미래 세대를 위한 습지를 보호하고 관리할 사명과 책무가 우리 모두에게 있음을 ‘세계 습지의 날’을 맞아 깊게 깨달아야 하겠다.

김귀곤 서울대 교수·환경생태계획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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