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대사 교체 석연찮다

  • 입력 2001년 12월 30일 15시 49분


대사 임기가 보통 3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상룡(崔相龍)주일대사를 2년도 채 안돼 교체하는 배경이 석연치 않다.

최대사가 무능하다고 판단했다면 '경질'이라고 밝혀야 맞다. 그렇지 않다면 정권말기의 '자리나눠 주기 인사'라는 눈총을 받기 쉽다. 내년 초 후임으로 조세형(趙世衡) 민주당 상임고문이 부임하더라도 1년짜리 단명대사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대사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대일외교의 브레인이자 일본통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역사 교과서 왜곡 △재일동포 참정권 △재일동포 통합은행 문제라는 '삼각파도'에 내상을 입었다. 왜곡 역사교과서는 검정을 통과했고, 재일동포 참정권도 언제 일본 국회를 통과할지 요원하다. 자신감을 보여온 재일동포 통합은행 설립도 무산됐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를 전부 대사가 책임을 져야할 사안은 아니다. 세가지 사안 모두가 일본 정부나 국회가 결정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대일교섭능력에 실망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책임을 물어 경질 한다고 밝히는 것이 일본 정부에게도 떳떳하다. 대사관 직원들도 교체는 '의외'라는 반응들이다.

일본의 NHK는 "월드컵을 앞두고 한일 관계를 더욱 원활히 하기 위해 거물정치인을 보내는 것 같다"고 풀이하면서도 "주일 한국대사를 2년도 안돼 교대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최대사가 부임한지 1년이 조금 지나면서부터 대사관 주변에는 정치인 K,S씨 등이 김대중정권이 끝나기 전에 주일대사하기 위해 뛰고 있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낙점은 다른 사람이 받았지만 최대사는 결국 도중하차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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