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北 괴선박 추적서 침몰까지…공작船은폐 고의자폭 가능성

  • 입력 2001년 12월 23일 17시 49분


일본의 TV들은 22, 23일 해상보안청이 촬영한 괴선박 추적장면을 시간마다 내보내고, 괴선박 추적을 지휘하는 가고시마(鹿兒島)의 해상보안청 10관구사령부에서 현장중계를 하는 등 긴박한 상황을 시시각각 안방으로 전했다.

▽긴박했던 추격전〓해상자위대가 괴선박의 존재를 확인한 것은 21일 오후 4시경. 해상자위대는 괴선박의 선체에 어구와 승무원이 보이지 않는 것을 이상히 여기고 선체를 분석한 결과 99년 3월 노도(能登)반도에 침범했던 북한 공작선과 비슷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22일 오전 1시10분 이 사실을 해상보안청에 통보했다.

해상보안청은 즉각 항공기와 순시선을 파견해 추적에 나섰고 낮 12시 48분경 순시선 ‘이나사’가 괴선박을 따라잡았다. 괴선박에는 ‘長漁3705’라고 쓰여있었다. ‘이나사’가 정선을 명령했으나 괴선박은 도주하기 시작했다. ‘이나사’는 5차례의 위협사격을 했으나 계속 도주하자 오후 4시16분경 선미에 직접 사격했다. 이후 2척의 순시선도 현장에 도착해 합동추적을 시작했다.

오후 5시24분경 괴선박에서 불이 나며 일시 정지했다. 그러나 곧바로 불을 끄고 또다시 서쪽으로 도주했다. 괴선박은 침몰 될 때까지 4차례나 정지했으나 순시선들이 접근을 시도하면 또다시 도주했다.

밤 10시경 3척의 순시선이 괴선박을 둘러싸고 감시를 하던 중 괴선박에 있던 선원 2명이 13㎜ 기관총을 난사해 두 명의 해상보안관이 팔 등에 부상을 입었다. 순시선 ‘이나사’가 즉각 20㎜ 기관총으로 응사했고 괴선박은 수분 후 침몰했다. 약 15명의 선원은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다.

▽강경대응 배경〓해상보안청은 처음부터 이 선박을 나포하겠다는 강경방침으로 임했다. 이는 99년 3월 일본 영해에 침범한 북한의 공작선을 놓친 데 대해 나중에 상당한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다. 99년 당시 북한의 괴선박은 순시선의 위협 및 경고사격을 무시하고 도주했었다.

일본 정부가 강경대응에 나선 것은 괴선박이 북한의 공작선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해상보안청 등은 선체의 구조, 숙련된 항해기술, 정확한 사격 등으로 미뤄 훈련을 받은 북한의 공작선일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고위관계자는 선적을 가리기 위해 침몰한 선체를 수색하는 문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합법성 시비〓일본 정부는 99년 북한의 공작선 침범 사건을 교훈 삼아 영해 내에서는 괴선박에 직접 사격을 가할 수 있도록 최근 해상보안청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이번에 총격전이 벌어진 곳은 영해상이 아니라 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여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이에 대해 해상보안청은 “상대방이 먼저 사격을 했기 때문에 경찰관직무집행법에 근거해 정당방위를 한 것”이라고 합법성을 강조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