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金대통령이 해야 할 일

  • 입력 2001년 11월 8일 18시 56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함에 따라 우리는 사상 처음으로 1년여간의 ‘정치 실험기’를 맞이하게 됐다. 앞으로 우리는 일찍이 없었던 갖가지 정치적 굴곡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대통령과 여야 정당의 관계, 정부와 국회의 관계, 국회 내에서의 여야관계 그리고 차기 대통령선거 구도 등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같은 변화를 어떻게 슬기롭게 조화시키며 정치발전을 이룩하느냐가 당면한 과제다.

김 대통령은 그 과제를 앞장서 수행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 더 극심한 레임덕에 휘말려 실패한 대통령이 되느냐 아니면 임기 말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은 대통령으로 남느냐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김 대통령 스스로가 하기에 달려 있다. 국정이 지금처럼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따지고 보면 모든 것이 현 정부의 실정(失政)에서 비롯됐다. 김 대통령은 어떻게 하든 국정이 더 이상 표류하는 일이 없도록 추슬러야 할 것이다.

그러나 김 대통령이 어제 발표한 총재사퇴문을 보면 그 같은 국정전반에 대한 책임의식이나 쇄신의지가 결여되어 있어 안타깝다. 김 대통령은 총재직 사퇴 이유를 재·보궐선거에서의 패배, 민주당 최고위원과 당직자들의 사의표명,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내외 정세에 대해 적극적인 대처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말하자면 총재직 사퇴의 결정적인 이유는 대권주자 문제를 놓고 파당 싸움으로 치닫고 있는 당내 사정인 셈이다.

김 대통령의 의중이 그렇다면 앞으로의 정국은 더욱 혼미해질 수밖에 없다. 민심을 정확히 읽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민심은 민주당의 내분이 아니라 전면적인 국정쇄신 여부에 쏠려 있다.

김 대통령은 무엇보다 본란이 거듭 주장해 온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법치주의의 원칙을 다시 확인하면서 그동안의 실정에 대한 엄격한 비판부터 해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 ‘인치(人治)’ ‘대중영합주의’ ‘관치 금융’이라는 말들이 왜 나오고 있는지 심각히 반성하고 그런 바탕 위에서 쇄신을 단행해야 한다. 인적 쇄신은 물론이고 교육 의료 농업 외교정책의 실패와 권력 주변의 비리 의혹에 대한 전반적인 쇄신을 바라고 있는 게 민심이다.

김 대통령이 민주당과의 관계를 완전히 청산하지 않고 계속 정권 재창출에 미련을 갖는다면 우려하고 있는 레임덕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전면적인 국정쇄신을 통해 민심을 얻어야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