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與중진회동 4大 쟁점]파국? 수습? DJ 7일'정국수능'

  • 입력 2001년 11월 6일 18시 49분


《개최 여부조차 불투명하던 7일 청와대 최고위원 간담회가 ‘당 지도부 간담회’라는 이름으로 열린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의 눈과 귀가 일제히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집중되고 있다. 민주당을 격렬한 내분사태로 몰아넣은 쇄신파동의 해법은 물론 내년 양대 선거를 앞둔 여권의 정국운영 기조가 드러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대통령이 어떤 답을 내놓느냐에 따라 ‘내분 끝’이 아니라 ‘파국 시작’이 될 수도 있을 만큼 상황은 예측을 불허한다.》

▼인적 쇄신 어디까지

지난달 31일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인 ‘새벽 21’이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과 박지원(朴智元) 대통령정책기획수석비서관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정계은퇴를 요구한 이후 인적 쇄신은 두 사람이 초점이다.

5월 정풍파동 때와 마찬가지로 쇄신파들은 ‘인사개입 및 각종 비리의혹 등을 받고 있어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초래하고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는 논리로 두 사람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쇄신파 의원들을 연쇄면담한 이상주(李相周) 대통령비서실장도 “어떤 잘못을 했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드러난) 증거가 없는 데 무조건 물러나라고 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특히 권 전 최고위원의 경우 이미 모든 당직을 떠났기 때문에 마포 사무실 폐쇄나 외유를 제외하고 가시적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얘기다.

그렇지만 김 대통령의 ‘결단’을 점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두 사람 문제가 당의 공론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쇄신파들의 기세로 볼 때 김 대통령이 이를 외면할 경우 당이 회복하기 어려운 분열로 치달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두 사람만 정리되면 쇄신파들의 인적 쇄신 요구가 모두 충족되느냐 하는 점도 문제다. 일단 두 사람이 ‘제거되면’ 동교동계 해체론이 본격 제기되면서 당정의 요직에 있는 동교동계 인사들에 대한 퇴진 압력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총재이양 가능한가

민주당 쇄신파 의원들은 ‘DJ 책임론’과 관련된 대목에선 대개 입을 다문다. 사석에선 “대통령이 인사를 잘못하고 있다” “결국은 DJ의 스타일이 문제”라고 불만을 터뜨리지만 대통령의 거취 문제에 대해선 말을 삼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DJ의 최측근이자 메신저라 할 수 있는 권노갑 전 최고위원과 박지원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비서관에 대한 ‘정계은퇴’ 공세도 결국은 DJ에 대한 불만의 간접적인 표현이라는 점에서 DJ 또한 쇄신논의의 사정권 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에게 노골적으로 책임론을 거론할 수 없기 때문에 측근들에게 화살을 돌리는 경우가 우리 정치사에선 흔한 일이기 때문이다. 천정배(千正培) 의원이 “대통령도 책임이 있다. 그러나 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이 책임을 질 방법은 없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쇄신파들이 1월 전당대회 개최를 통해 대표를 직선제로 선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DJ의 위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DJ는 대통령 취임 이후 지금까지 ‘총재권한대행→임명직 대표제’로 당을 직접 관할해왔다.

‘대표를 직선으로 뽑자’는 얘기는 곧 당을 대통령의 지배에서 분리시키겠다는 얘기와 같다. 이 때문에 쇄신파의 ‘숨겨진 과녁’을 DJ라고 해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여권 일각에서 ‘DJ 국정전념론’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 같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쇄신과 개각

김 대통령은 정기국회가 끝나는 연말 경 대대적인 개각을 단행할 것이라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광옥 대표가 26일 김 대통령에게 연말 당정 개편을 건의할 때부터 “그동안은 DJP 공조 때문에 대통령이 자기 의지대로 개각을 못했지만, 이번에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DJ식 내각’을 짤 것”이라고 예고했었다.

조각(組閣)에 준하는 수준의 전면 개각을 암시하는 뉘앙스였다. 경제팀의 교체는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관심은 중립내각 구성 여부와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의 교체 여부.

중립내각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최근 정파를 뛰어넘는 중립적 인사들로 ‘비상중립내각’을 구성하라고 촉구한 바 있고, 여당 내에서도 야당의 의견을 수렴해 거국내각의 성격을 띤 개각을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여권 관계자들은 “아직은 중립내각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 대선 직전에 구성해도 된다”며 부정적이다. 이번 개각의 키워드는 ‘쇄신’이지, 선거관리내각은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 총리의 거취.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젠 꼼짝달싹할 수 없는 여소야대 국회이기 때문에 하반기 국회의장으로 보낼 수도 없다”며 “무엇보다 총리직 잔류 과정에서 정치적 심적 고통을 겪은 데 대해 대통령이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임기 끝까지 함께 갈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당권향배 어디로

민주당 비상과도체제가 어떻게 구성되느냐 하는 문제는 이 체제가 향후 당 정치일정을 확정한다는 점에서 각 대선예비주자 진영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물려 있다.

벌써부터 ‘1월 전당대회냐 3, 4월 전당대회냐’를 둘러싸고 반목의 조짐이 보이는 상황에서 비상과도체제마저 각 주자 진영의 불신을 받게 된다면 당 분화를 촉발시키는 역기능을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최고위원회의가 무력화된 상황에서 비상과도체제가 출범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당내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문제는 누구를 중심으로 과도체제를 운영하느냐 하는 것.

한광옥(韓光玉) 대표 체제에 대해 불신을 표출하고 있는 쇄신파들은 보다 중립적인 인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동교동계나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측은 현 체제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대표를 누구로 선임하든 차기 전당대회까지는 각 주자 진영이 모두 참여하는 합의체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전당대회 일정 등 이해가 엇갈리는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각 진영의 완전합의 없이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따라서 최고위원들이 비록 사퇴하긴 했지만 이들을 중심으로 ‘국정쇄신 특별기구’를 출범시킨 뒤 이 기구에서 모든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새로 지명되는 당 대표나 새로 임명될 고위당직자들은 당의 실무에만 전념할 수밖에 없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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