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권(金重權) 최고위원이 먼저 "권한도 없고 결단도 내릴 수 없는 최고위원들이 붙들고 있어 봐야 뾰족한 수습책이 나올 수도 없다. 일괄사퇴하고 대통령의 운신 폭을 넓혀주자" 고 사퇴론을 꺼냈다. 노무현(盧武鉉) 최고위원도 "이해관계가 얽힌 최고위원들이 공방을 계속하면 당이 수렁으로 빠질 테니 모두 사퇴하자" 며 동조했다.
그러나 김기재(金杞載) 최고위원은 "일괄사퇴는 오히려 무책임한 자세" 라며 반대했다. 한광옥(韓光玉) 대표와 신낙균(申樂均)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도 신중론을 폈다. 3일 청와대 최고위원회의 후 거취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이 "그런 어정쩡한 자세는 안된다" 며 제동을 걸었다. 공방이 계속되자 정동영(鄭東泳) 최고위원은 단호한 사퇴의지를 밝힌 뒤 자리를 떠나버렸다.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이 "정국 수습을 위해 대통령에게 프리핸드(재량권)를 주고, 남은 일은 비상과도체제에 맡기자" 고 주장하면서 사퇴 쪽으로 분위기가 잡히기 사작했다. 일괄사퇴는 대통령에게 부담이 된다며 신중론을 펴온 한화갑 최고위원마저 사퇴론을 수용하자 대세가 기울었다.
대부분의 최고위원들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 는 입장을 밝히면서 '일괄사퇴' 는 기정사실화됐다.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만이 막판까지 "쇄신이라는 화두가 이렇게 흐려져선 안된다. 책임은 현재의 권력질서를 형성한 사람들에게 더 많다" 며 버텼지만 역부족이었다. 2시간에 걸친 회의를 마친 후 "이제 우리는 평당원일 뿐이다" 며 회의장을 나서는 최고위원들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윤종구기자>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