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금강산회담 딜레마”…北 장소 일방변경에 난감

  • 입력 2001년 10월 13일 18시 49분


정부가 이달 28일로 예정된 6차 장관급 회담을 포함해 남북간 각종 당국회담 개최 문제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북측이 12일 제4차 이산가족방문단 교환을 일방적으로 연기하면서 당국간 회담은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회담 장소를 모두 금강산으로 못박은 데다 북측의 이산상봉 행사 연기로 인해 여론이 심하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당장 북측의 ‘2차 금강산 당국회담의 금강산 개최’ 제의를 받아들여야 할지 여부를 두고 정부 내에선 갑론을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1차적 고민은 북측이 제시한 회담 장소를 받아들이기 난감하다는 점에 있다.

북측이 12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담화를 통해 “남조선은 안전하지 못하다”고 발표, 이를 받아들이면 북측 주장을 남측이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 또 남북회담은 서로 장소를 번갈아가며 한다는 ‘상호주의’에도 어긋나게 된다.

특히 북측이 약속을 깬 행사가 다른 것도 아니고 남측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이산가족 문제라는 점이 정부 입지를 가뜩이나 좁히고 있다. 그렇다고 남측이 이미 합의된 회담을 먼저 깸으로써 북측에 빌미를 주는 것도 적절치 못하다는 인식이 정부 내에 깔려 있다.

정부 당국자는 “정부는 남북문제를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현 상황에서 만난다고 해결될 것 같지도 않고 여론도 곱지 않다”며 “그렇다고 먼저 회담을 깰 수도 없어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대북 카드인 쌀 지원도 쉽게 추진하기 어려워졌다. 여야가 오랜만에 대북 쌀 지원에 흔쾌히 동의한 상황이었지만 북한의 돌출 행동으로 인해 이런 분위기가 흐트러졌기 때문이다.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은 이런 상황들로 인해 3월 이후 6개월간 정체됐던 남북관계가 또다시 깊은 잠 속에 빠져들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남측의 대북 식량지원이 연기 또는 취소되고 북측도 입장 변화가 없게 되면 남북대화의 연결고리가 끊어져버리기 때문이다.한 당국자는 “일시적인 냉각관계를 가지면서 북측이 이산가족교환 방문을 빠른 시일 내에 재개토록 설득해 국민 여론을 되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