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포럼' 국제회의 "北 시간끌다 대화기회 놓칠수도"

  • 입력 2001년 9월 5일 18시 45분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 미국대사는 “북한은 한반도를 둘러싼 사태가 악화될 수 있는 만큼 서울이나 워싱턴과의 관계개선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北의도에 회의적 시각▼

레이니 전 대사는 5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아카데미하우스에서 평화포럼(이사장 강원용·姜元龍) 주최로 ‘동아시아의 평화와 화해’란 주제로 열린 국제회의에서 이 같이 밝히면서 클린턴 행정부 당시 북한이 시간을 끌다가 특히 북-미관계 개선의 호기를 놓친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평양 정부는 민주주의 제도에서 지도자가 직면하는 어려움을 간과하고 비현실적이거나 불가능한 요구를 계속해 보수파들로 하여금 북한의 의도에 회의를 품게 만들고 있다”며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실현되지 않으면 서울과 워싱턴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려는 의도가 있는지에 대해 계속 의문을 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에곤 바 전 독일경제협력부장관은 “독일은 정부 내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또 통일의 기회가 닫혀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통일을 서둘렀다”며 “이로써 많은 실수를 저질렀고 지금도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통독 서두르다 대가 치러▼

그는 “남북한은 시간의 제약 없이 잘 조직된 동반자 상태를 목표로 삼아 나가다가 때가 되면 새로운 합의를 통해 그때까지의 합의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럴 때 한국식 화해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며, 평화와 안보에도 더 중요한 정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도이 다카코(土井たか子) 일본 사민당 당수는 “동아시아 지역에 냉전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세계문제에 일방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지역 안정을 위해서는 미사일방어(MD)체제보다는 다자안보동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류슈칭(劉述卿) 전 중국인민외교학회장은 “한반도 정세는 지난해 6월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긴장완화와 화해를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며 “통일은 한반도 내부 문제이며 남북한이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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