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러 외신보도 이모저모>

  • 입력 2001년 7월 29일 18시 40분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열흘에 걸쳐 9000㎞가 넘는 시베리아 철도여행을 택한 것은 북한의 체제 안정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것이라고 영국의 더 타임스지가 27일 분석했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말 한마디하지 않고 북한 국내정세가 자신이 러시아의 시골을 시속 70㎞도 되지 않는 속도로 장기간 여행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안정돼 있다는 강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르몽드는 28일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지난해 7월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 이후 준비돼온 것으로 이제 러시아가 한반도라는 외교 각축장으로 복귀했음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번 방문이 러시아와 미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 계획과 관련, 대화를 시작한 시점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내세우고 있는 북한 등 ‘불량국가’의 위험성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해왔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시사주간 타임지도 최근호에서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모스크바를 방문, MD와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 문제에 대해 논의를 시작한 때 이뤄졌다는데 주목했다. 타임은 좀처럼 외국 방문을 하지 않는 김 위원장이 공교롭게도 미국과 러시아가 첨예하게 대치중인 MD 구상에 관해 협상을 진행중인 시점에 갑자기 ‘느린’ 기차를 타고 러시아에 나타났다며 절묘한 타이밍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산케이신문은 김 위원장의 철도여행이 1945년 7월 미국 영국과 전후처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독일의 포츠담으로 향하던 이오시프 스탈린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의 철도여행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스탈린이 수량의 장갑열차에 200여명의 병력을 대동한 것처럼 김 위원장이 탄 열차도 원래 15량에서 러시아 경비요원이 탄 6량을 더 늘린 21량이 됐으며 2량의 선도열차가 먼저 주행을 하며 안전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파리·도쿄〓박제균·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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