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합의' 북-미 대화 새 쟁점 부상

  • 입력 2001년 6월 19일 18시 47분


1994년 북한의 핵 동결과 관련해 미국과 북한이 체결한 제네바 합의의 이행 문제가 북-미 대화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18일 대북 경수로 사업의 지연에 따른 북한의 보상 요구를 일축했지만 제네바 합의의 이행 문제를 ‘핵 동결 검증’에 초점을 맞춰 보완하겠다는 방침이고 북한 역시 경수로 사업의 지연으로 인한 전력 손실을 미국측에 분명히 따지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미 양국은 제네바 합의를 현 상태 그대로 이행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점에선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양측이 생각하는 문제점이 현저히 달라 이를 둘러싼 협상이 쉽사리 진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제네바 합의가 북한의 과거 핵의혹 진상을 충분히 규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핵 프로그램만을 동결했기 때문에 검증 분야에서 미진한 점이 많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따라서 경수로 핵심 부품이 북한에 제공되기 전에 실시하게 돼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대북 핵의혹 검증을 앞당길 수 있도록 제네바 합의의 이행 방안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북한은 경수로 2기 중 1기를 2003년까지 먼저 건설키로 한 제네바 합의의 이행 목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 만큼 이에 대한 보상은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이 제네바 합의 당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에게 보낸 친서를 통해 경수로 건설을 약속한 만큼 공사 지연에 대해 미국이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에 미국은 경수로 공사가 지연된 데는 96년 북한의 동해 잠수함침투사건 등으로 인해 경수로사업이 한동안 중단됐던 것이 큰 요인이 된만큼 북한의 요구를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콜린 파월 국무부 장관은 최근 “북한의 보상 요구에 대해선 아무런 동정심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쨌든 클린턴 행정부 말 북-미 대화가 북한 미사일 문제를 중심으로 진행됐던 것과는 달리 부시 행정부의 북-미 대화에선 제네바 합의의 이행 문제가 가장 첨예한 현안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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