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교 당면 현안 2題]美 NMD정책-北 테러국 재지정

  • 입력 2001년 5월 1일 18시 52분


《남북관계가 소강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또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일 새벽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두가지 조치가 북―미관계는 물론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파장과 정부의 대응 등을 점검해 봤다.》

▼북-중 자극 평화 해칠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일 발표한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구상에 대해 정부 고위당국자는 “우리가 공식적으로 논평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NMD에 대한 의견은 3월 한미정상회담 공동발표문 내용 그대로다”고 말했다. 그만큼 정부의 반응은 조심스럽다. 이미 NMD와 관련해 외교적으로 호된 곤욕을 치렀기 때문이다.

당시 공동발표문은 ‘새로운 위협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요구되고 있지만, NMD는 동맹국과 이해 당사자들간에 협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요지.

한국이 한미동맹관계 등을 고려해 부시 행정부의 NMD 추진에 반대하지는 않겠지만, NMD문제가 러시아 중국 북한 등을 자극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를 해쳐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미국이 NMD체제 구축을 강행하는 속뜻은 냉전 종식 후 ‘유일 패권국’의 지위를 공고히 하자는 것이다. 목표는 잠재적국인 중국과 러시아이지만, 명분은 ‘불량국가’인 북한의 핵 미사일에서 찾고 있다.

중국 러시아 북한 등이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NMD문제가 한반도 및 동북아에 갈등과 긴장요인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한국의 희망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사태가 진전되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에 NMD 구축의 명분을 주지 않으려면 북한 미사일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그러나 이 문제를 생존권 차원에서 다루는 북한과 대량살상무기의 완전 제거를 목표로 하는 미국간에 접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는 단기간에 북―미관계가 개선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미관계가 NMD문제로 더 어려워진다면 현재 답보상태인 남북관계도 극적인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북경협 물꼬 막힐라…▼

예상됐던 일이지만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잔류시킨 것은 북―미관계는 물론 남북관계에도 미묘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들은 “클린턴 행정부 때도 북한은 테레지원국 명단에 올라 있었다”고 말해 이런 관측을 일축하고 있지만 대북 강경기조의 부시 정부 아래서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인 분석이다

부시 행정부의 한반도 팀들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 대해 이원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즉 ‘남북관계는 한국이 포용정책의 기조위에서 밀고 나가고, 북―미관계는 우리가 우리 방식대로 끌고 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두 관계를 분리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북―미관계의 진전 없는 남북관계의 일방적 진전은 생각하기 어렵다. 하물며 부시 정부 아래서야.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답방때 평화문제가 논의될 것이라는 단순한 ‘전망’을 놓고서도 미 국무부와 중앙정보국(CIA)이 고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는 전언이고 보면 ‘이원적 접근’의 한계는 분명해진다.

한 예로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묶어 놓는 한 대북 경협에 대한 남한의 부담은 좀처럼 가벼워질 수가 없다.

북한은 미국의 반대로 아시아개발은행(ADB)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에 가입할 수도 없고 차관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남한의 부담은 커지는 셈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현 정부 출범 이래 ‘대북 지원은 한국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가 함께 하게 될 것’이라고 해 왔는데 궁극적으로 이런 구상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잔류는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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