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위협' 왜 강조하나]정부 "北군사력 한미 시각차 없다"

  • 입력 2001년 3월 30일 18시 43분


“워싱턴 발(發) ‘북한 위협론’이 또 나오는 걸 보니 봄철이 됐나 보다.”

토머스 슈워츠 한미연합사령관이 27일 미 상원 군사위에 출석해 “북한의 위협은 지난해보다 더욱 심각하다”고 증언하고, 데니스 블레어 미 태평양사령관이 상원 세출위에서 “북한이 군사력을 계속 증강하고 있으며 개량형 스커드미사일 600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한 것을 두고 군사전문가들이 하는 말이다.

‘북한 위협론’은 해마다 미 의회가 다음해 국방예산을 심의하는 이맘때쯤이면 늘 미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인 데다 이로 인해 간간이 국내 정치권에서 논란거리가 된다.

▽‘북한 위협론’의 실체는?〓슈워츠 사령관 등의 발언이 자칫 한미간 대북 위협 평가에 대한 시각차를 노출한 것이라는 지적에 대비해 국방부는 30일 “한미간에 정보 평가상의 차이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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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국방부는 “북한의 위협이 △더 크고(Bigger) △더 향상됐으며(Better) △더 가까워지고(Closer) △더 치명적(Deadlier)”이라는 슈워츠 사령관의 발언 근거를 2000년 국방백서와 국회보고 등을 통해 공개된 북한 정보를 들이대며 조목조목 해명했다.

우선 ‘Bigger’는 △99년 미그21기 40대 도입 △T62 천마호 전차 생산 △소형잠수함 추가 건조 등 북한의 군사력 증강을, ‘Better’는 99년 서해교전 이후인 지난해 동계와 하계에 이뤄진 기계화부대의 대규모 훈련 등 공개된 사실이라는 것. ‘Closer’와 ‘Deadlier’도 △평양∼원산선 이남 지역에 1개 전차군단, 2개 기계화군단, 2개 포병군단의 전진 배치 △전후방 지역의 미사일 갱도진지 유지 등이며 모두 언론에 보도됐다고 설명했다.

또 블레어 사령관이 밝힌 북한 스커드미사일 보유 숫자도 5년 전인 96년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공군에 의해 이미 보고된 내용이라는 게 군 관계자들의 말이다.

▽강성(强性)발언 왜 나오나?〓전문가들은 슈워츠 사령관은 북한의 위협을 강조한 데 대해 발언 장소가 미 의회의 예산심의 자리라는 점을 꼽는다. 한미연합사령관의 봄철 의회 증언은 주한미군 예산을 좀더 넉넉히 확보하기 위해 북한의 위협과 군사력 증강을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

또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출범과 연관지어 해석하기도 한다. 국가미사일방어(NMD) 체제 구축을 위한 명분 축적 등 대외 군사정책을 돌아볼 때 북한의 위협 증대는 충분한 홍보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군산 복합체’인 미국이 한국에 고가무기를 팔기 위한 고도의 압력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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