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배 MBC사장 내정 안팎]정부와의 '교감' 주목

  • 입력 2001년 2월 23일 22시 57분


김중배(金重培)언론개혁시민연대 상임대표가 MBC 새 사장으로 내정된 데 대해 MBC 내부에서조차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최근 10여년간 ‘MBC맨’이 사장을 맡아온 데다 김대표가 비방송인이고 사내 기반이 전혀 없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노성대(盧成大)사장이 15일 갑자기 사표를 제출한 이후 MBC에서는 ‘내부 승진’을 확신하는 분위기였으나 이사회 하루 전날 갑자기 김대표가 사장 후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23일 이사회에서는 사내 후보인 고진 목포MBC사장, 유수열 제작본부장과 함께 실제로 김대표가 사장 후보에 올라 이사 9명 중 6명의 지지로 사장에 내정됐다.

언론계에서는 김대표의 MBC사장 등장이 정부가 펴고 있는 일련의 언론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대표가 언론 개혁을 주장해 온 시민 단체의 선봉장인데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언론 개혁과 관련해 시민단체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어 김대표의 사장 취임 이후 방송운영이 어떻게 가시화될지 주목되고 있다.

김대표는 공영도 민영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인 MBC의 현 위상을 재정립하는데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대표가 MBC의 기존 체제와 갈등을 빚을 소지도 적지 않다. 그는 언개련 상임대표 시절 “MBC의 미디어렙 관련 보도에 문제가 있다” “공영방송 MBC의 위성방송 진출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등 주요 정책에 반대 의견을 표명해왔기 때문이다.

MBC 노조는 이날 “김대표의 개혁 성향은 평가하나 비방송인이 급변하는 방송환경에 어떻게 대처할지 지켜보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편 노사장은 사표를 내기 전날까지도 국회의원들을 만나 MBC의 입장을 설명하는 등 활발히 활동, 사퇴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전혀 없었다는 게 MBC인사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노사장이 갑자기 사표를 내자 방송계에서는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MBC 사장 교체와 함께 방송가에는 KBS 사장 교체설도 돌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방송사 경영진 교체를 통해 언론개혁에 모종의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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