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방한중 한-러 군사비밀보호협정 체결연기

  • 입력 2001년 2월 19일 16시 19분


한국과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방한(27∼28일) 중에 '군사비밀보호협정'을 체결하기로 했으나 "북한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한국정부의 우려 표명에 따라 체결이 연기됐다고 정부 당국자가 19일 밝혔다.

이 당국자는 "푸틴대통령의 방한 중에 관광협정과 군사비밀보호협정을 체결할 계획으로 양국간 실무협의를 진행해 왔으나, 군사비밀보호협정이 북한에 불필요한 오해를 줄 것 같아 최근 러시아측의 양해를 구하고 체결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군사비밀보호협정은 무기 등 방산물자 교역국 간에 △제공한 군사정보를 다른 목적으로 쓰지 않고 △상대국의 사전동의 없이 제3국에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 골자다.

이에 대해 정부 일각에서는 "문제의 협정은 러시아로부터 방산물자를 들여오는데 필요한 지극히 행정적인 협정인데도 단지 그 용어가 북한에 줄 오해를 우려해 체결시기를 미루는 것은 지나치게 북한을 의식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사비밀보호협정은 96년 모스크바에서 양국 국방장관이 서명까지 마쳤으나 당시 한국대표단이 국가를 대표하는 위임장 없이 국가간 협정을 맺는 바람에 그 자체가 법적 효력을 상실했으며 이후 양국은 재협상을 벌여왔다.

한편 박준영(朴晙瑩)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은 이날 푸틴 러시아대통령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초청으로 한국을 국빈 방문해 27일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푸틴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와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김대통령과 회담했으나 한국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7월 북한을 방문했던 푸틴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4월 러시아 방문과 올 상반기 서울답방을 앞두고 이뤄진다는 점에서 남북간 화해·협력과 한반도 평화정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두 정상은 이밖에 경의선 복원에 따른 남북한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사업, 나훗카공단 개발, 이르쿠츠크 가스전 개발 등 경제현안에 대해서도 협의한다.

푸틴대통령은 방한기간중 국회에서 연설하고, 이한동(李漢東)총리 주최 오찬과 경제 4단체장 주최 오찬에 참석할 예정이다.

<부형권·윤승모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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