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년 만취 박정희 北공격 주장" 美국무부 기밀문서 해제

  • 입력 2001년 1월 29일 18시 44분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은 1968년 1·21 사태와 이틀 뒤 벌어진 미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피랍사건으로 당시 한반도에 전쟁위기가 고조됐을 때 술에 만취해 북한을 공격해야 한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쳤던 사실이 드러났다.

박 전 대통령은 북한이 자신을 암살하려 한 1·21 사태보다 푸에블로호 피랍사건에 대해 미국이 더 비중을 두는데 격분해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 측근과 미국인들에게 크게 화를 내곤 했다고 LA타임스지가 28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최근 해제된 국무부 기밀문서를 근거로 ‘경제 기적’을 일군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는 박 전 대통령이 68년 당시에는 북한의 공비 훈련소를 공격하는 등 군사적 응징을 강력하게 촉구했다고 전했다.

당시 베트남전을 치르고 있었던 린든 존슨 미국 대통령은 푸에블로호 피랍사건을 조용히 협상으로 마무리하고 싶었으나 박 전 대통령의 분노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음을 우려했다.

존슨 대통령이 파견한 사이러스 밴스 특사는 박 전 대통령을 만나 68년은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인 만큼 한반도 상황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만일 한국이 (한반도상황을 문제삼아) 베트남에서 한국군을 철수한다면 미국은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경고했다.

밴스 특사는 귀국 후 “박 대통령이 술을 마시면서 명령을 내리면 장성들은 다음날 아침까지 이 명령을 시행하는 것을 일단 연기한다. 다음날 박 대통령이 명령에 관해 또다시 언급하지 않으면 장성들은 그 명령을 잊어버린다”고 말했다. 밴스 특사는 또 존슨 대통령에게 “박정희는 위험하고 불확실하다”고 보고했다고 LA타임스는 전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

▼1·21사태…北 특수부대 대통령 암살하려 침투▼

‘1·21’ 사태는 북한이 박정희대통령과 정부 요인을 살해하기 위해 무장간첩을 보내 68년 1월21일 청와대 침투를 시도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기관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한 북한 124군부대 소속 침투조가 서울 세검정고개까지 잠입했으나 불심 검문에 걸린 뒤 출동한 군경에 의해 28명이 사살되고 1명이 생포돼 사태가 끝났다. 생포된 김신조(金新朝)씨는 남한에 귀순, 현재 목사로 활동하고 있다.

▼푸에블로호사건…美 정보수집함 공해상서 무력 납치▼

‘푸에블로(PUEBLO)호 피랍사건’은 1·21 사태 이틀 뒤인 68년 1월23일 북한이 원산 앞바다에서 미국 정보 수집함 푸에블로호를 납치한 사건을 말한다. 푸에블로호는 북한 해안에서 40㎞ 떨어진 동해 공해상에서 북한 초계정 4척과 미그기 2대에 의해 납치됐다. 미국은 즉각 핵 항모 엔터프라이즈를 출동시켜 압박과 협상 전략을 병행했다. 북한은 그해 12월 승무원 83명을 석방했으나 푸에블로호는 돌려보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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