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고려당 빵공장' 르포]'남쪽빵' 北어린이 인기 독차지

  • 입력 2000년 12월 24일 18시 33분


17일 아침 평양 중구역 동성동의 평양남새공장(고려당 빵공장). 아침 일찍부터 빵 굽는 구수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평양시내 일부 탁아소와 유치원에 무료로 공급되는 ‘고려당빵’이 오븐에서 한창 익어가고 있었던 것.

▼17일 준공…탁아소 공급▼

빵공장 준공식도 있었다. 준공식에는 남측에서 장기천(張基天)한민족복지재단 운영이사장과 김지정(金志貞) ㈜고려당 대표이사, 북측에서 황창길 민족경제협력련합회(민경련)부회장과 김대용 광명성총회사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준공식을 마치고 중구역내 창광탁아소와 9·15탁아소를 방문해 어린이들이 빵을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평양어린이 빵 급식은 한민족복지재단과 동아일보가 함께 벌이고 있는 ‘북한어린이돕기’사업의 하나. 고려당이 설비와 기술을 무상으로 대고 원자재 및 부자재 비용과 종업원 임금은 한민족복지재단이 성금으로 부담하고 있다.

고려당빵은 이미 평양 꼬마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8월부터 고려당 베이징(北京)공장의 빵과 평양에서 시험생산한 빵을 가져다가 아이들에게 나눠줬기 때문에 아이들은 이미 그 맛을 잘 알고 있다.

▼부모들 '상표'없어도 알아▼

일부 아이들은 빵을 집으로 가져가 부모에게 자랑하기도 한다. 빵 사업 북측 파트너인 광명성총회사로 부모들의 감사편지도 온다. 남쪽 상표는 없지만 남쪽과 손잡고 만든 빵임을 아는 어른들도 늘어가고 있다.

한민족복지재단 대표단은 이번 평양방문 중(16∼20일)에 북측 급식사업 파트너인 민경련, 광명성총회사측과 두 가지 문제에 대한 이견을 조율했다.

하나는 생산량 문제. 북측은 매일 100g짜리 1만5000개씩을 만들길 원했다. 이런 공장이 더 많이 세워지길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복지재단측은 1만2000개 정도에서 시작하자는 의견을 보였다. 성금으로 비용을 충당하는데 의욕만 앞세우다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보았기 때문. 자칫하면 아이들 마음에 상처만 줄 수도 있었다.

▼매일 1만5000개씩 생산▼

두번째는 급식대상. 북측은 평양의 12개 구역을 돌아가며 주자고 했다. 어디는 주고 어디는 빠뜨리기 어려우므로 평양의 탁아소와 유치원 어린이 15만명에게 열흘에 빵 1개꼴로 주자는 것. 그러나 남측은 “열흘에 1개로는 영양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며 시범적으로 중구역의 탁아소와 유치원에만 매일 주자고 주장했다.

양측은 결국 60g기준으로 1만5000개를 만들어 중구역의 탁아소와 유치원 및 평양 제1인민병원 탁아소에 우선 공급키로 합의했다.

<문철기자>fullmo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