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5가지 우려와 정부 해명]

  • 입력 2000년 10월 26일 19시 08분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이 26일 세종연구원 초청 강연회에서 소강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에 대해 '낙관론’을 제시하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정부가 "북―미관계 개선은 남북관계 진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느긋한 태도를 취해 왔지만 최근 남북간 약속사항이 잇따라 '펑크’나면서 국내에서 일고있는 비판적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에 대한 5가지의 우려와 이에 대한 박장관의 해법을 소개한다.

▽너무 헤프다〓정부가 일방적으로 북한에 '퍼주기’만 한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 실제로 대북 식량차관 이후 남북관계가 침체된 것도 북한의 태도에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그러나 박장관은 "식량 60만t 지원이 양(量)적으로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민족화해를 선언한 마당에 죽어 가는 동포를 외면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해명. 박장관은 이어 "앞으로 한꺼번에 이렇게 많이 도와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

▽주면서 왜 '저자세’냐〓북측은 별다른 설명도 없이 이산가족문제 등 남북간 약속일정을 지키지 않고 있지만 정부는 제대로 항의조차 못했다. 정부는 한적을 통해 19일 이산가족문제의 성실한 이행을 촉구했을 뿐이다. 이에 박장관은 "우리가 바라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작은 것은 양보해야 한다”며 "경의선 복원 결정 등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라고 고충을 토로. 그는 "앞으로 회담에 응할 때 의제나 회담시간 등을 정확히 정한 뒤 만나겠다”고 다짐.

▽북―미관계 진전에 따른 '소외론’〓10월 들어 북―미관계가 급진전하면서 북한이 '경남통미(經南通美)’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박장관은 "북―미관계의 진전은 우리가 의도한 것”이라고 설명. 그는 남북관계의 상대적 속도지연과 관련해 "북측이 3차 장관급회담에서 인력부족으로 합의사항 이행에 숨이 막힐 지경이라며 양해를 구해 왔다”고 공개.

▽김정일(金正日)신드롬〓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이미지 개선은 가히 '신드롬’이라고 할 정도였다. 박장관은 "이를 어떻게 가라앉히느냐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며 "그러나 북측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 대한 쇼크가 더 커 사상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소개.

▽남북관계 '과속론’〓그동안 남북관계 중 북측이 경제적 이익을 얻는 부분만 급속히 진전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박장관은 "남북관계 개선분위기를 유도하기 위해 음악회, 평양교예단공연 등 이벤트성 행사를 많이 해 속도감을 느끼는 것 뿐”이라고 설명.

<하태원기자> sco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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