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중진 4人 남북문제 토론]한화갑 "주변국 협조 유도 필요"

  • 입력 2000년 10월 10일 18시 47분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김근태(金槿泰)최고위원과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부총재 김덕룡(金德龍)의원 등 여야 중진 4명이 10일 남북문제를 주제로 논쟁을 벌였다.

국회 연구단체인 21세기 동북아평화포럼(대표 장영달·張永達민주당의원)이 이날 오전 국회에 마련한 남북문제 토론회 자리에서였다. 토론회에는 다른 여야 의원 33명도 참여해 열기가 더 뜨거웠다.

한화갑 최고위원을 비롯한 이들 4명의 중진의원들은 남북문제에 대한 여야 합의와 국론통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부영부총재는 “현재의 야당도 집권하게 되면, 김대중(金大中) 정부가 진전시켜 놓은 성과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간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다음은 여야 중진 4명의 발언요지(발언순).

▽한화갑최고위원〓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은 현 정부의 일관된 대북 포용정책이 국제적인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남북문제는 시작이며, 앞으로 완성품을 하나씩 만들어야 하는 단계다. 북한 조명록(趙明祿)특사의 방미는 남북문제 해결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남북관계는 미 일 중 러 등 주변강국들의 동의와 협조 없이는 유지가 어렵다.

▽이부영부총재〓남북관계는 투명성이 생명이다. 일부에서는 남북정상회담 기간 중에 두 정상간의 밀약이나 이면합의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남북간 상호내정 불간섭 원칙도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 북한이 자신들과 다른 지향을 가진 남한 내의 정파를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일은 없어야 하고, 우리 정부도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다른 정파들을 반통일 세력인 것처럼 매도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김덕룡의원〓일부에서 주장하는 ‘기계적 상호주의’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상호주의로는 닫혔던 문을 열 수 없다. 그러나 ‘6·15선언’ 이후 4개월이 지난 오늘 남북관계에 대한 환호는 사라지고, 우려와 회의가 팽배해 있다. 정부의 대북협상 자세는 ‘과공(過恭)이 비례(非禮)’의 단계를 넘어 ‘비굴성’까지 보이고 있다. 남북관계를 대통령이 독점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여야간 또는 범국민적 협의체제를 구축해 대처해 나가야 한다. 내정의 성공 없이는 대북정책도 성공할 수 없다.

▽김근태최고위원〓북한 김영남(金永南)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방미 무산은 동북아지역의 평화정착에 대해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미국내 일부세력의 원격작용 때문일 수도 있다. 북한에 대해서도 ‘노(NO)’라고 할 것은 해야 하지만, 미국에 대해서도 ‘노’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남북관계 ‘속도조절론’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자칫하면 엄격한 상호주의에 빠져 불신과 대결의 남북관계로 회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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