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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9월 15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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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적으로만 보면 7월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 날치기 처리에다 윤철상(尹鐵相)의원의 선거비용 실사발언 파문과 한빛은행 대출압력 의혹 등이 숨가쁘게 겹치면서 정국 조타(操舵)기능을 순식간에 잃어버린 탓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밖으로 드러난 현상일 뿐 난조의 근인(根因)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보다는 여권 내부의 시스템 부재와 인재 배치의 난맥상, 대통령 한 사람만을 바라보는 민주당의 오랜 정치관행 등이 위기상황을 심화시켰다는 것이 중론이다.
민주당 초재선 의원의 15일 ‘반란’도 당 지도부에 대한 누적된 불만의 표출로 볼 수 있다. ‘8·30’ 전당대회를 계기로 당 체제의 일신(一新)을 기대했던 의원들의 바람과는 달리 서영훈(徐英勳)대표와 당 3역이 유임되면서 의원들의 불만은 고조돼왔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당 지도부를 유임시킨 배경에 대해서도 특정인사에 대한 ‘동정론’과 동교동계 실세들간의 파워게임이 작용했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정국운영에 있어 김대통령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민주당 핵심실세들의 몸에 밴 ‘타율성’과 ‘창조력의 한계’가 새로운 틀을 만들어 가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
김대통령의 민심 동향파악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 초재선 의원 간담회에서 이호웅(李浩雄)의원은 “대통령에 대한 당의 공식 보고라인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민심 파악의 채널이 좁고 단선적이라는 불만이 있는 것은 사실.
당의 한 중진의원은 15일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과 강경론만으로는 얽히고 설킨 정국을 풀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한 뒤 “창조적이고 전략적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소수정권과 지역정서라는 태생적 한계가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고 현 정권에 대한 감정적 반대세력들이 조그만 실수마저 침소봉대해 정국을 위기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해 이와는 다른 시국 인식을 보였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