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상봉]미술해부학자가 본 상봉

  • 입력 2000년 8월 15일 23시 44분


부둥켜안은 이들의 얼굴은 반백년의 시간과 남북의 공간을 뛰어넘은 만남의 감격을 여실히 보여줬다. 감정이 북받쳐 터지는 순간 이들은 모두 50년, 혹은 그 이전으로 돌아가 있었다.

서울교대 미술해부학과 조용진교수(50)는 “상봉가족의 우는 표정을 보면 아랫입술이 아래로 당겨져 있다”고 분석했다. 하순하체근(아랫입술당김근육)을 움직이며 우는 것은 어린이에게만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라는 것이 조교수의 설명.

감정표현은 경험에 의해 좌우되는데 헤어진 뒤 서로 경험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남의 사람이나 북의 사람이나 모두 똑같이 50년전의 감정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조교수는 또 “감정이 격하면 눈을 감고 우는 경향이 있다”며 그들의 심정을 헤아렸다.

그러나 50년의 세월은 이들의 얼굴에 ‘단절의 흔적’도 남겼다. 조교수는 피부색조와 머리카락으로 이를 설명했다.

피부색을 결정하는 것은 표피층과 피하조직의 두께와 멜라닌 색소. 조교수는 “남한에서 살아 온 사람들의 피부색이 더 희게 보이는 것은 피하조직이 두껍고 멜라닌 양이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피하조직의 차이는 북의 식생활이 더 담백한데서 기인하며 멜라닌의 차이는 남쪽이 공해 등으로 햇볕을 덜 받았거나 실내생활을 더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조교수는 “환경의 차이가 있다 할지라도 역시 한민족과 한형제임은 한눈에 드러났다”며 “50년 세월이 주는 변화보다 동질성의 무게가 훨씬 컸다”고 말했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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