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1호선 '통일로' 어제-오늘]'끊긴 허리' 잇는 화합의 길

  • 입력 2000년 8월 13일 19시 08분


최근 현대와 북한측이 개성에 서해안공단과 관광특구를 만들기로 합의, 육로를 이용한 개성 지역 관광이 가능해짐으로써 서울과 개성을 잇는 국도 1호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도 1호선은 목포에서 신의주까지 한반도를 종단하는 도로. 이 중 서울 홍은사거리에서 임진각까지 43.1㎞를 ‘통일로’라고 부른다.

통일로는 삼국시대부터 북부지방과 서울을 잇는 중요한 도로로 이용돼 왔다. 당시에는 관서지방과 연결된다 해서 ‘관서대로’ ‘의주대로’ ‘연행로’ 등의 별칭으로도 불렸다.

일제시대에는 이 도로를 만주 침략을 위한 보급로와 군사도로로 사용하기 위해 2차로의 신작로로 확장했다.

6·25전쟁 때 통일로 주변은 수도 서울을 지키려는 국군과 북한 인민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여 많은 인명 피해를 낸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일제의 식민지배와 남북분단, 민족상잔 등 굴곡진 한국 현대사가 국도 1호선을 따라 고스란히 간직돼 있는 것.

‘통일로’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초반 ‘7·4 남북공동성명’으로 남북대화와 교류가 추진되면서. 4차로의 근대적 포장 도로로 재개통된 것도 이 무렵이다. 지금도 경기 파주시 문산읍에는 고 박정희 대통령이 친필로 쓴 ‘통일로’라는 표석이 있다.

그 후 30년 가까이 이 도로는 남북한 관계의 바로미터가 됐다. 해빙기에는 남북대표들이 오가고 관광객들도 몰렸으나 긴장기에는 사람들의 왕래가 뜸했다. 통일을 염원하는 각종 행사들도 이 도로에서 펼쳐졌다.

90년대 중반 자유로의 확장 개통으로 통일로의 기능은 많이 퇴색했으나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중추도로로서의 상징성과 유용성은 여전하다. 특히 개성에 관광특구가 개설되면 국도 1호선을 통해 판문점을 넘어 고려 500년의 도읍지를 관광할 날도 멀지 않았다.

서울시도 최근 남북간 인적 교류가 활발해짐에 따라 10월까지 통일로의 서울시 구간을 재포장하는 등 대대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고양시도 통일로 전 구간을 정밀 조사해 재정비하기로 했다.

<신연수기자>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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